“운송거리-농약사용 비례… 100% 안심 못해”
칠레산 포도, 필리핀산 바나나, 뉴질랜드산 키위…. 중국산 먹을거리 안전성 논란이 커지면서 중국산이 아닌 다른 수입 먹을거리에 대해서도 안전성 여부에 관심에 쏠리고 있다. 배에 싣기 전에 농약이 가득 담긴 통에 농산물을 푹 담가서 한국으로 보낸다는 불안을 증폭시키는 주장부터 “수입 먹을거리도 모든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안전론 주장까지 상반된 입장이 뒤섞여 있다.
●“잔류농약·방사선 등 과장 많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가 오히려 소비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초로 수입되는 농산물은 의무적으로 검사하고 지속적으로 수입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무작위로 검사한다.”면서 “230여개 항목의 농약성분을 검사해 농약잔류허용기준 이하 농산물만 통관시킨다.”고 현행 검역시스템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식약청 식품잔류약품과 관계자는 “수입농산물은 대부분 유통되는 기간이 비교적 긴 건조 곡류, 건조 두류, 과일 등으로 농약이 잔류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잔류농약허용기준은 다양한 과학적 실험을 거쳐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으로 결정한다.”면서 “그 기준을 통과한 수입농산물만 국내로 반입된다.”고 강조했다.
2~3주나 걸리는 운송기간 동안 농산물이 상하거나 싹이 트는 걸 막기 위해 과다한 ‘수확 후 농약 살포’에 대해서도 식약청 수입식품과 관계자는 “배에 싣기 전에 뿌리는 가스농약은 휘발성이고 물로 씻어주기만 해도 85%를 제거할 수 있다.”면서 “이런 경우도 잔류농약검사를 통과해야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다.”고 수입 농산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운송과정에서 살균소독을 위해 방사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방사선을 농산물에 투과하면 식품에는 아무런 물질도 남지 않는다.”면서 “현존하는 방법 가운데 방사선만큼 인체에 해도 적으면서 품질에 악영향도 미치지 않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선을 쐰 수입먹을거리에 대해서는 과학적 실험을 거쳐 식품위생법상 규정으로 위해정도를 정하고 있고 그에 맞춰 수입과정에서 검사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안전성 확신할 수 없다”
이같은 ‘명쾌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수입농산물 안전성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수확 후 농약 살포’에 대해 “수입 농산물은 운송기간이 길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화학물질을 써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안전성 위험은 거리에 비례해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방사선 처리에 대한 위험성 주장이 과장됐다고 말한 하 교수도 “방사선이나 농약사용이 100%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고 선을 긋는다. 그는 “농약이나 방사선은 모두 사용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손해가 크기 때문에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 안전성을 일부 희생하는 것”이라면서 “적은 양이지만 당연히 몸에 좋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 급속히 판매량이 늘고 있는 칠레산 포도의 경우에서 보듯 현지에서 과다한 농약을 사용하는 문제는 수입농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높인다. 서동진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사무국장은 칠레산 포도를 예로 들며 “국제적으로 사용을 금지한 농약을 대량 살포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농장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이 농약사용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정도”라면서 “각종 농약 사용과 그로 인한 토양오염 등에 노출된 수입 농산물을 꾸준히 먹었을 때 인체에 유해물질이 쌓이는 ‘체내축적’문제가 장기적으로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8-10-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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