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달리는 즐거움 “이맛이야”…나이도 장애도 잊었다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달리는 즐거움 “이맛이야”…나이도 장애도 잊었다

김정은 기자
입력 2008-05-19 00:00
수정 2008-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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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10분 전입니다. 모두 스타트라인으로 이동해주세요.”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자 여러 단체에서 나온 참가자들은 서로 손을 모으고 필승을 다짐했다. 하프 코스에 도전하는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파란색 옷을 맞춰 입은 10여명의 학생들은 파란색 수술을 들고 ‘파이팅’ 구호를 연발했다. 아빠의 ‘건승’을 기원하는 6살 아들은 아빠의 어깨와 팔을 주물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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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人波’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18일 보슬비로 촉촉하게 젖은 한강 둔치를 달리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한강변 ‘人波’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18일 보슬비로 촉촉하게 젖은 한강 둔치를 달리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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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의원·유인촌 장관 ‘어깨 나란히’ 박진(왼쪽) 한나라당 의원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5㎞ 코스를 가볍게 완주해 탄탄한 체력을 뽐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박진 의원·유인촌 장관 ‘어깨 나란히’
박진(왼쪽) 한나라당 의원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5㎞ 코스를 가볍게 완주해 탄탄한 체력을 뽐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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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외국인들  한 미국 여성이 승리의 V자를 그리며 활짝 웃고 달리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환호하는 외국인들

한 미국 여성이 승리의 V자를 그리며 활짝 웃고 달리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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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풍물패 응원  대학 풍물패 동아리 소속의 학생들이 북, 장구, 꽹과리를 치며 참가자들에게 힘을 북돋워주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흥겨운 풍물패 응원

대학 풍물패 동아리 소속의 학생들이 북, 장구, 꽹과리를 치며 참가자들에게 힘을 북돋워주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40대 회사원 “젊은이와 경쟁 뿌듯해”

10㎞에 출전한 회사원 필동만(40)씨는 출발 폭죽이 울리자 곧바로 선두로 치고 나섰다.5㎞ 지점까지 계속 선두를 달리던 필씨는 “보슬비가 내려 너무 시원하다. 아직도 젊은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슬비가 그치던 중간지점을 지나면서 등번호 5558번을 달고 있던 한석주(35)씨가 선두로 치고 나왔다. 결국 한씨가 선두로 결승점에 들어왔지만 필씨도 2위의 감격을 맛봤다. 하프코스에서 남자부 1등을 한 박병훈(36·철인3종선수)씨는 “날씨도 좋았지만 주최측의 코스선택이 워낙 좋았다.”면서 “20∼30㎞를 매일 뛴 것이 우승의 비결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또한 그는 “마라톤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뛰는 게 제 맛”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회에 이어 올해도 최고령 참가자 기록을 세운 최근우(85)씨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체력을 과시했다. 완주를 한 최씨는 “이 대회에 4번째 참가인데 마지막 골인하는 순간 환희를 잊지 못해 계속 뛴다.”고 말했다.

호주대사관 직원, 친구들과 아름다운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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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아멜리아 애플리톤(26·여)은 친구 3명과 10㎞ 코스에 도전했다. 지난 1월 한국으로 발령받은 4명의 동료는 ‘그저 재미있기 때문에’ 달리기를 즐기고 있다. 서로 끌어주며 완주한 이들은 “달리면서 친구의 우정을 새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체장애가 있는 이정애(36·여)씨의 역주도 기억에 남을 만했다. 결승선에 들어온 그는 “기…분이…좋아…요.”라고 힘겹게 말했다. 이씨가 속해 있는 예림원에서는 10명의 지체장애인이 참가했다. 이씨의 안전을 위해 함께 뛴 김영철(46)씨는 “4년간 함께 연습했다.”면서 “긴 시간을 함께 뛰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교감을 하게 되고 서로를 믿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104명의 직원이 참가한 한국폴리펜코 오재동(64)사장은 “종업원들의 단합을 위해 2005년부터 서울신문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면서 “이제는 가족들까지 모두 대회에 참가해 회사의 가장 큰 행사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두 팔 잃은 1급 장애인 희망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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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장애인 김황태(32)씨는 2000년 전선가설 작업 중 2만 2000V의 고압선에 감전돼 두 팔을 잃었지만 마라톤으로 희망을 얻었다. 마라톤을 하면서 비장애인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 그는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어려웠지만 10㎞ 부문에서 10등을 기록해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대안학교인 전인자람학교에서는 수업의 연장으로 38명의 중학생이 5㎞ 코스에 도전했다. 이혜숙(32·여)대표는 “자연과 함께 달리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하기 위해 마라톤을 대안교육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학교에 다니는 이재희(13·여)양은 “오르막길에선 정말 힘들었지만 완주만이 목표라는 생각으로 뛰었다.”면서 “인내를 배웠고, 오르막을 갈 때는 힘들지만 그 뒤에는 내리막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경주 이경원 김정은기자 kdlrudwn@seoul.co.kr
2008-05-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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