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명산으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갖고 있는 산은?”
귀화 신청자들이 가장 어려워한 질문이다. 신청자들은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 가 본 적이 있거나 귀에 익은 산 이름을 댔다. 최정용(37)씨는 면접에서도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은 설악산”이라고 우겼다. 면접관이 짐짓 “제주도는 가봤어요?”라고 유도하자, 최씨는 “제일 남쪽에 있잖아요. 아!”라며 무릎을 탁 쳤다.
이 문제를 틀린 김려화(23·여)씨는 “시험을 보고 나서 어머니가 ‘한번 구경 오세요’라는 뜻으로 산 높이가 1950m’라고 설명해 줬다.”면서 “올해는 제주도 한라산을 가보고, 다음에는 고향 옌볜에서 가깝지만 못가 본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며 웃었다. 출제자 입장에서는 점수를 주기 위해 낸 문제도 우리말에 서툰 귀화 신청자들에게는 함정이 된다. 이번 시험에서는 동물 사진을 보여주고 이름을 쓰는 문제가 그랬다.‘닭’과 ‘돼지’가 정답이었지만,‘달’,‘되지’ 등 맞춤법을 틀린 답들이 눈에 띄었다.‘기린’을 묻는 질문에는 영어로 기린을 말하는 ‘지라프(giraffe)’를 잘못 써 ‘지라퐈’라고 쓰거나,‘반말’‘긴 목 사슴’ 등의 오답이 나왔다.
신임 유엔사무총장을 묻는 문제에서도 ‘반기문’이 아닌 ‘노무현’‘한명숙’을 고르는 신청자들이 많았다. 면접관이 틀린 부분을 지적하며 “한명숙씨가 누군지 아세요?”라고 묻자 “1945년 이전 사람인가요.”라고 되묻는 신청자도 있었다.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수험생도 많다. 파키스탄인 야곱 에메드(39)씨는 부사어 빈칸 채우기에서 실수를 했다.
‘월급을 한달에 ( ) 받습니까.’‘그 회사는 일년에 ( ) 휴가를 줍니까.’라는 예시문을 주고 괄호 안에 들어갈 말 ‘얼마나-며칠이나’를 찾는 객관식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야곱씨는 보기를 선택하지 않고 괄호 안에 각각 ‘백오십만원’,‘십일 정도’라고 적어 넣어 오답 처리됐다.
동포이지만 이국에서 자란 신청자들에게 우리 역사와 사회는 낯설기만 하다.“만주를 차지해 우리 역사상 가장 큰 땅을 가졌던 국가”를 묻는 주관식 문제에서 신청자 한명은 ‘고조선 또는 고구려’라고 답란을 채웠다.
면접관도 답지를 보고 “아주 틀린 답은 아니네요.”라며 미소짓고는 그 자리에서 두 고대 국가의 차이를 설명해줬다. 같은 질문에 ‘청나라’‘북한’‘동북3성’이라고 답한 신청자들도 있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귀화 신청자들이 가장 어려워한 질문이다. 신청자들은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 가 본 적이 있거나 귀에 익은 산 이름을 댔다. 최정용(37)씨는 면접에서도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은 설악산”이라고 우겼다. 면접관이 짐짓 “제주도는 가봤어요?”라고 유도하자, 최씨는 “제일 남쪽에 있잖아요. 아!”라며 무릎을 탁 쳤다.
이 문제를 틀린 김려화(23·여)씨는 “시험을 보고 나서 어머니가 ‘한번 구경 오세요’라는 뜻으로 산 높이가 1950m’라고 설명해 줬다.”면서 “올해는 제주도 한라산을 가보고, 다음에는 고향 옌볜에서 가깝지만 못가 본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며 웃었다. 출제자 입장에서는 점수를 주기 위해 낸 문제도 우리말에 서툰 귀화 신청자들에게는 함정이 된다. 이번 시험에서는 동물 사진을 보여주고 이름을 쓰는 문제가 그랬다.‘닭’과 ‘돼지’가 정답이었지만,‘달’,‘되지’ 등 맞춤법을 틀린 답들이 눈에 띄었다.‘기린’을 묻는 질문에는 영어로 기린을 말하는 ‘지라프(giraffe)’를 잘못 써 ‘지라퐈’라고 쓰거나,‘반말’‘긴 목 사슴’ 등의 오답이 나왔다.
신임 유엔사무총장을 묻는 문제에서도 ‘반기문’이 아닌 ‘노무현’‘한명숙’을 고르는 신청자들이 많았다. 면접관이 틀린 부분을 지적하며 “한명숙씨가 누군지 아세요?”라고 묻자 “1945년 이전 사람인가요.”라고 되묻는 신청자도 있었다.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수험생도 많다. 파키스탄인 야곱 에메드(39)씨는 부사어 빈칸 채우기에서 실수를 했다.
‘월급을 한달에 ( ) 받습니까.’‘그 회사는 일년에 ( ) 휴가를 줍니까.’라는 예시문을 주고 괄호 안에 들어갈 말 ‘얼마나-며칠이나’를 찾는 객관식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야곱씨는 보기를 선택하지 않고 괄호 안에 각각 ‘백오십만원’,‘십일 정도’라고 적어 넣어 오답 처리됐다.
동포이지만 이국에서 자란 신청자들에게 우리 역사와 사회는 낯설기만 하다.“만주를 차지해 우리 역사상 가장 큰 땅을 가졌던 국가”를 묻는 주관식 문제에서 신청자 한명은 ‘고조선 또는 고구려’라고 답란을 채웠다.
면접관도 답지를 보고 “아주 틀린 답은 아니네요.”라며 미소짓고는 그 자리에서 두 고대 국가의 차이를 설명해줬다. 같은 질문에 ‘청나라’‘북한’‘동북3성’이라고 답한 신청자들도 있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7-01-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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