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사계] 봄<상>

[DMZ의 사계] 봄<상>

강성남 기자
입력 2006-04-11 00:00
수정 2006-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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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온다

옛 피던 가지마다 핌직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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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화~알짝
개나리 화~알짝 도라산 전망대에서 보이는 북한군 초소 주변에 핀 개나리꽃이 화려한 색을 자랑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
옛 평양기생이 노래한 초봄 정취다. 버들강아지의 고운 솜털 사이로 흩날리는 춘설은 전방의 사내(?)들 마음에도 설렘을 몰고 온다. 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 내 논두렁에서 모판을 준비하는 농부의 얼굴이나 수색정찰을 마치고 위장칠 사이로 빼꼼히 드러난 병사들의 눈동자에도 봄기운이 가득하다. 춘설이 내려야 봄이 시작된다 했던가. 봄볕에 녹은 춘설은 대지를 촉촉히 적신다. 잔설 사이로 한껏 물기를 머금은 버들강아지의 새움이 햇빛에 반사되어 고운 실루엣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봄기운에 취해 카메라 초점을 이리저리 맞추던 기자는 지뢰지대를 알리는 삼각 표지판이 앵글에 들어오면서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지 못한다.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자세를 낮춰 살펴보니 뱃속에 새 생명을 잉태하고 한겨울을 무사히 보낸 암고라니였다. 부풀어 오른 배를 바닥에 대고 정신없이 물오른 나뭇가지의 새순을 먹고 있다. 인기척에 눈이 마주친 고라니는 그다지 놀라는 기색도 없다. 다음달 쯤이면 고라니 식구가 또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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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품고 있어요
알을 품고 있어요 아직 잔설이 남아 있는 둥지에서 왜가리가 알을 품고 있다.
강원도 철원
나뭇가지에 둥지를 튼 왜가리들도 봄맞이에 날갯짓이 바쁘다. 성격 급한 놈들은 잔설이 남아 있는 둥지에서 벌써 알을 품고 있다. 뒤늦게 짝짓기를 한 녀석들도 겨울바람에 망가진 둥지를 손보는 일에 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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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들의 휴일
장병들의 휴일 휴일을 맞은 청성부대 장병들이 따뜻한 봄볕 속에서 테니스 공으로 군대식 야구를 즐기고 있다.
강원도 철원
GOP(지상관측소)소대 작은 연병장에 모여 군대식(?)야구를 하고 있는 병사들은 작년 여름에 입었던 주황색 운동복 차림이다. 어설픈 방망이질에 야유 섞인 웃음이 연병장을 메우지만 “파이팅!”을 외치는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땅굴 견학온 학생들에게 흔들어주는 손에서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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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목에도 꽃은 피고
산불 피해목에도 꽃은 피고 봄소식을 전하는 복수초가 지난해 산불로 검은 숯으로 변한 산불피해목 사이로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강원도 양양
멀리 개성공단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는 서부전선의 도라전망대. 망원렌즈 사이로 보이는 북한군 GP(전초)주변에는 노란 개나리꽃이 막 피어나고 있다. 그 뒤로 보이는 논에는 붉은 깃발을 세워두고 모판을 내고 있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 관측된다. 마디 굵은 손이 농사꾼임을 말해주는 관광객이 남쪽지방의 투박한 남도 사투리로 한 걱정을 한다.“워메, 아직 날씨가 겨울이구만. 산에 낭구도 없고 땅은 말라뿌렀고 농사가 잘 될랑가 모르것네.” 농사꾼의 마음에는 이념도, 체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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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머지않은 고라니
출산 머지않은 고라니 새 생명을 잉태하고 추운 겨울을 견딘 암고라니는 출산을 앞두고 왕성한 먹이활동을 한다.
강원도 철원
칼끝 같은 날카로운 긴장이 흐르는 DMZ에도 봄은 왔다. 깊은 계곡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은 점차 수량을 더한다. 하루가 다르게 철책 너머 산에는 푸른빛을 더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허전함은 끊어진 60년 동안 봤던 DMZ 봄풍경에 변함이 없기 때문일까.

봄볕아래 버들강아지
봄볕아래 버들강아지 지뢰지대 철조망 버들강아지가 하얀 솜털을 햇빛에 드러냈다.
강원도 인제


장 담그는 아낙들
장 담그는 아낙들 파주시 장단콩마을 주민들이 3월 손없는 날에 담가 봄볕에 익고 있는 장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 파주


지뢰속 석불 파주시 군내면 백학산 중턱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발견되어 경기도문화재로 지정된 석불이 분단의 아픔을 대변하는 듯하다. 경기도 파주
지뢰속 석불
파주시 군내면 백학산 중턱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발견되어 경기도문화재로 지정된 석불이 분단의 아픔을 대변하는 듯하다.
경기도 파주


글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2006-04-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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