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자-복권되지 않은 인생들] ‘완전면책’ 30代 여성직장인과 은행 동행기

[파산자-복권되지 않은 인생들] ‘완전면책’ 30代 여성직장인과 은행 동행기

이효연 기자
입력 2005-11-16 00:00
수정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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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전문변호사 사무실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는 김은실(34·여)씨. 그녀는 2003년 12월 파산을 선고받고 지난해 4월 완전면책을 받았다.

파산과 면책 과정에서 자신을 도와준 변호사와 인연을 맺게 된 그녀는 지난해부터 파산자들을 돕는 상담원으로 일하게 됐다. 파산자에서 연봉 3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으로 재기에 성공했지만 김씨는 여전히 금융거래에 차별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씨는 지난 3일 연말소득공제를 받을 목적으로 서울 서초동 K은행 지점을 찾아 체크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은행에서는 통장도 새로 발급해주고 인터넷 뱅킹도 할 수 있게 해줬지만 체크카드 발급은 거부했다.

면책전 카드빚으로 트집잡아

신용조회를 마친 은행 직원은 김씨가 내민 체크카드 발급 수수료 1000원을 되돌려주며 “고객님은 체크카드 발급 거부 대상자입니다.”라고 말했다.

통장에 있는 돈만큼만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체크카드가 발급이 안 된다는 말에 김씨는 그냥 물러설 수 없었다. 김씨는 2002년 K은행 카드에서 인출한 현금서비스 900만원과 대출금 2000만원을 갚지 못했다. 은행은 지난해 4월 완전면책을 받은 김씨의 채권을 다른 금융기관에 넘겼다. 김씨는 “그렇다면 은행에 자신의 채무가 남아있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해당 사항이 아니다.”라는 대답만 들었다.

창구 직원은 그녀에게 “정 필요하면 ‘금융감독원이 면책자에게 체크카드를 발급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다음날부터 시행하니 다시 오라.”고 말했다. 다음날 은행을 한번 더 찾은 김씨. 여전히 ‘거래 불능 회원’으로 등록돼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후불제 교통카드 기능있어 발급 거부”

은행측은 후불제 교통카드 기능이 장착된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있기 때문에 면책자들에게는 발급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01년 한 건설회사의 경리로 근무하다 사장에게 카드를 빌려준 것이 화근이 돼 불과 3개월 만에 빚더미에 앉았다.6000만원의 빚은 김씨가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2년 동안 8000만원으로 불어났고 결국 2003년 12월 파산해야 했다.

김씨 역시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과정에서 채권기관의 추심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혼자 빚을 안고 죽겠다고 마음 먹고 수면제 100알을 갈아 소주와 한꺼번에 들이켰던 그녀였다. 하루 만에 깨어난 그녀는 여덟살, 일곱살 두 아들을 보고 살아야겠다며 파산을 결심했다.

김씨는 “지하철 요금을 떼먹고 달아날 것도 아니고 파산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교통카드 기능이 장착된 체크카드도 발급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2005-11-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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