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슈] 60년만의 ‘원폭 2세 실태조사’ 그후

[클릭 이슈] 60년만의 ‘원폭 2세 실태조사’ 그후

입력 2005-02-26 00:00
수정 2005-02-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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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원폭피해자 2세의 기초현황 및 건강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원폭피해자 2세의 빈혈·심근경색 등 특정 질환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최고 90배나 높았고, 사망한 2세의 절반 이상은 열살도 되지 않아 숨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원폭피해자 2세에 대한 국가기관의 실태조사가 광복 60년 만에 처음 이뤄졌다는 사실이었다. 기간과 예산의 제약 탓에 이번 조사도 대부분 우편설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원폭피해 문제는 겨우 시작단계”라면서 “보다 전반적·실질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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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지난해 10월 경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지난해 10월 경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지난해 10월 경남 합천에서 윈폭피해자 2세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의 일환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한국 원폭2세 환우회 제공
●조사기간·예산 제약 한계

이번 실태조사는 인권위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의뢰해 지난해 8월부터 이루어졌다. 보고서 작성을 제외한 실제 조사 기간은 3개월 남짓으로, 예산도 3000만원선에 불과했다.

먼저 원폭피해자 1세 1256명에게 설문지를 보냈다. 이 가운데 기본 정보가 충실한 1092명의 자녀 4080명을 대상으로 사망자나 선천성 기형이 있는지를 파악했다.

피해자 2세들에게도 설문지를 보내 신상정보를 정확히 기재한 1226명의 특정 질환 발병률을 파악했다. 실제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은 1세 223명과 2세 49명, 심층면접은 2세 47명에 불과했다. 인의협은 최종보고서에서 “이들의 건강상태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4년간 60억 투입

조사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다. 조사에 참여한 한림대 주영수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인권위가 조사했다는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원폭피해자 실태조사를 후생성이 맡고 있다. 후생성은 유전적 질병인지 입증되지 않아 원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2·3세 1만 5000명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를 60억원의 예산으로 2002년부터 시작했다. 일본정부는 2006년 끝나는 조사 결과에 따라 원폭피해자 2·3세를 법적으로 인정할 것인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원폭2세 환우회’는 지난해 6월 “일본이 하고 있는 실태조사라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복지부는 ‘외교적 문제’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환우회 김형율 회장은 “우리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외면당한 채 한평생 병마와 싸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에 생존해 있는 원폭피해자 2세는 7500여명, 이 가운데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은 23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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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지원 後입증” 요망서 제출

원폭피해자 2세들은 과도한 의료비와 노동능력 저하로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다. 인권위가 심층면접한 47명 가운데 42.5%가 “차별이 두려워 원폭피해자 2세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결혼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을 만큼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번 발표 이후 일부 피해자는 “원폭 2세의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까지 공개됐으니 앞으로 취업이나 결혼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원망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인권위가 실태조사를 벌이기는 했지만 정부차원의 원폭피해자 2세 대책이 현실화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도 아주 먼 것처럼 보인다. 인권위가 미진한 부분의 추가 조사를 벌이고, 공청회를 거쳐 복지부에 권고안을 내기까지는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린다. 또 권고안이 나온다고 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는 “권고안을 기다려 보겠다.”면서도 “일본에서조차 유전 가능성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적 실태조사나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전국의 피폭 1·2세 수천명에게 일일이 면접 조사와 건강검진, 유전가능성을 따지는 역학조사까지 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면서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예산 집행이 국민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폭피해자 2세들은 “관련성이 입증될 때까지 최소한의 의료비만이라도 보조해 달라.”며 ‘선(先) 지원, 후(後) 입증’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중앙정부를 대신해 전국 4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피해자 2세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율 회장은 “60년 동안 겪어온 고통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원폭피해자 2세의 유전 가능성 입증에 충분한 기간·예산·행정력을 동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주영수 교수는 “원폭피해자의 건강문제가 대물림되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드러난 만큼 당연히 국가가 나서야 한다.”면서 “사회적 차별 때문에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원폭피해자들에게 보다 섬세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폭피해자 2세 환우회는 이르면 28일 ‘인권위는 하루빨리 권고안을 제시하고 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선지원 후입증’에 나서라.’는 내용의 요망서를 제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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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2005-02-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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