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6명 남았다…위안부 피해 하상숙 할머니 별세

이제 36명 남았다…위안부 피해 하상숙 할머니 별세

입력 2017-08-28 22:02
수정 2017-08-2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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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생활 후유증에 자궁 들어내 中서 59년 살다 귀국·피해 증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가 28일 오전 9시 10분쯤 별세했다. 89세. 하 할머니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36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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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하상숙 할머니 별세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 하상숙 할머니 별세
연합뉴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이날 “하 할머니가 노환으로 병원 생활을 하던 중 패혈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하 할머니는 1928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1944년 16살 때 공장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일본군 위안부 모집책의 말에 속아 경성(서울), 평양 등을 거쳐 중국 우한 지역으로 끌려갔다. 위안소에서 8개월 가까이 수용생활을 했고, 그 후유증으로 자궁을 들어냈다.

해방 후 일본군에게 수치를 당한 몸으로 고향 사람들을 볼 낯이 없다며 중국에 남았다. 27살 때인 1955년 세 딸을 가진 중국인과 결혼했다.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하 할머니는 남편의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길렀고, 1994년 남편과 사별한 뒤에도 막내딸과 함께 지냈다.

하 할머니는 광복 이후 중국에서 조선 국적으로 남았지만 남북 분단 과정에서 중국 내 조선 국적은 모두 북한 국적으로 분류된 탓에 북한 국적으로 바뀌었다. 1999년 민간단체 도움으로 한국 정부의 국적회복 판정을 받은 뒤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2003년 중국에 머문 지 59년 만에 귀국했다.

하 할머니는 이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와 일본 규탄 집회 등 위안부 문제 해결 활동에 참여했다.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에 증인으로 참석해 위안부 피해를 증언하기도 했다.

2013년 서울에서 열린 ‘제1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일본인은 ‘그런 일을 한 적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잘못했다는 사과의 말이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잘못했다는 말을 듣기 전에는 못 죽는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고국 땅을 밟은 지 2년여 뒤 하 할머니는 딸들의 권유로 가족이 있는 중국 우한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2월 중국인 이웃과 말다툼을 벌이다 2층 계단에서 밀려 넘어지면서 건강이 악화됐다. 갈비뼈와 골반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한국으로 돌아와 병원 생활을 했다. 빈소는 서울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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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7-08-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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