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아~ 깨어나라” 외쳤던 어머니, 아들 곁으로

“철아~ 깨어나라” 외쳤던 어머니, 아들 곁으로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4-04-18 00:11
수정 2024-04-1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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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모친 정차순씨 별세

사찰 종 치던 모습에 시민들 결집
전두환 정권 붕괴 6월항쟁 도화선

아들이 떠난 지 37년 만에 뒤따라
장지는 아들 가묘 있는 모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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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경찰의 고문 수사로 사망한 고 박종철 열사의 추도식에서 그의 어머니인 정차순씨가 조사를 읽고 있다. 서울신문DB
1987년 경찰의 고문 수사로 사망한 고 박종철 열사의 추도식에서 그의 어머니인 정차순씨가 조사를 읽고 있다.
서울신문DB
전두환 정권 당시 경찰의 고문으로 숨져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91)씨가 1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정씨는 박 열사를 먼저 떠나보낸 지 37년 만에 아들 곁으로 가게 됐다.

유족 등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정씨는 남편인 박정기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부산에서 홀로 지내다가 2020년쯤부터 서울의 요양병원에서 지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의 죽음 이후 전국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는 남편을 옆에서 묵묵히 도우며 정씨도 뜻을 함께했다. 박 열사의 친형 종부(66)씨는 “어머니는 특별한 유언 없이 웃으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면서 “아들 옆으로 간다고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31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은 박 열사는 강제 연행된 다음날 숨졌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하는 등 고문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전두환 정권을 무너트린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가족들과 함께 경찰의 사건 조작에 맞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정씨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가려다가 부산역에서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후 정씨가 딸과 함께 부산의 한 사찰에서 “철아, 이 종소리를 듣고 깨어나라”고 외치며 끊임없이 종을 치던 모습은 당시 민주화 항쟁의 힘을 결집하는 요인이 됐다. 아들의 시신을 붙들고 “내 아들이 대체 왜 죽었소? 못돼서 죽었소? 똑똑하면 다 못된 거요?”라고 외친 독백은 아직도 회자된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정 여사는 박 열사가 고문당하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인권의 메카로 거듭나기를 염원해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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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장지는 박 열사의 가묘가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모란공원이다.
2024-04-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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