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이 밤엔 추위 대피소… 쪽방 주민 쉼터로

목욕탕이 밤엔 추위 대피소… 쪽방 주민 쉼터로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24-03-15 04:00
수정 2024-03-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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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목욕탕’ 참여 1년 권윤자 대표

쪽방 주민에 월 2회 목욕권 제공
전엔 더럽다 편견… 내가 때 더 많아
1일 12~33명 이용, 경영에도 도움
“생업으로 남 도울 수 있어서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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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자 신동남사우나 대표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목욕탕 입구에서 동행목욕탕을 운영한 지난 1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윤자 신동남사우나 대표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목욕탕 입구에서 동행목욕탕을 운영한 지난 1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처음 동행목욕탕을 제안받았을 때 쪽방 주민들이 좀 지저분하지 않을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하루만 열까 고민도 했죠. 그런데 쪽방 손님들이 다른 손님들보다 더 깨끗해요. 걱정할 이유가 없었던 거예요.”

서울 영등포시장 한가운데 위치한 신동남사우나의 권윤자(72) 대표는 14일 쪽방촌 주민들에게 무료 목욕탕 이용권을 제공하는 ‘동행목욕탕’의 지난 1년을 이같이 회고했다. 권 대표는 “우리가 봉사의 취지로 때를 밀어 드리자고 생각하며 동행목욕탕 사업에 참여했지만 막상 때를 밀어 드린 적도 없다. 내가 때가 더 많다”며 웃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3월 시작한 동행목욕탕은 샤워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쪽방 주민에게 월 2회 목욕권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신동남사우나에는 영등포쪽방촌 주민들이 주로 찾아온다. 하루에 적어도 12명, 많게는 33명까지도 이용했다. 이날 검은색 패딩 차림의 한 중년 남성은 카운터에 초록색 동행목욕탕 이용권을 내고 익숙한 듯 사우나 입구로 발길을 옮겼다. 권 대표는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불편한 점은 하나도 없다”며 “이제는 영등포 쪽방 주민들이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수면시설까지 갖춘 신동남사우나는 지난 1~2월 쪽방 주민의 밤추위 대피소로도 이용됐다. 권 대표는 “하루 24시간 어느 때나 다녀가실 수 있도록 쪽방 주민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 드리려고 한다”며 “1000원짜리 때밀이 수건, 500원짜리 치약 등 소모품도 공짜로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연 최저 기온을 기록한 지난 겨울밤에 찾아온 중년의 기초수급자 부부를 떠올렸다. 그는 “야심한 밤 찾아와서 따뜻한 홀에서 각자 이불을 덮고 자고, 이른 아침 일어나 남탕, 여탕에서 씻고 정갈하게 나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했다.

동행목욕탕은 경영에도 도움이 됐다. 2021년 신동남사우나를 인수해 3년째 운영하는 동안 코로나19의 여파로 인근의 목욕탕은 하나둘 문을 닫았지만 동행목욕탕은 고정적인 수입원이 됐다. 권 대표는 “서울시의 지원도 받지만 무엇보다 다른 이들을 내 생업으로 도울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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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동행목욕탕은 8곳이다. 그중 24시간 이용이 가능한 밤추위 대피소는 신동남사우나를 포함해 4곳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9개월간 2만 2777명이 동행목욕탕을 이용했다. 쪽방 주민 2400여명 중 71.3%가 동행목욕탕을 찾았다.
2024-03-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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