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암호화폐 탈취 사건’ 전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사건 배후로 북한이 지목된 가운데, 해커들이 공격 전날부터 리허설을 진행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악의 해킹 사고 앞에 바이낸스 임원진 역시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北해커 36시간 전부터 리허설
소액결제 자금세탁·악성코드 시험
10억 달러 인출 후에야 보안팀 대응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해커들은 공격 전날과 공격 당일 예행연습을 벌이는 등 최소 36시간의 준비 작업을 거쳤다. 해커들은 우선 지난달 28일 암호화폐 출처를 숨기는 믹서 서비스인 ‘토네이도 캐시’를 거쳐 한 지갑에 소액을 세 차례 전송했다. 이어 공격 당일인 29일에는 범행 약 4시간 전에 바이낸스 공격에 사용할 악성코드를 다른 암호화폐 지갑 2곳에서 먼저 시험했다.
첫 이상 거래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후 4시 직후(한국시간 30일 오전 5시)에 감지됐다. 바이낸스 지갑 5곳에서 약 3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토큰이 한꺼번에 빠져나갔고, 해커들은 이후 20~30분 동안 같은 수법을 반복하며 총 63억 달러(약 8조 4000억원원) 규모의 자산을 탈취했다. WSJ에 따르면 바이낸스 보안팀은 오후 4시 20분쯤 10억 달러 이상이 인출된 사실을 포착했으나 불과 20분 뒤인 4시 40분에는 이미 피해액이 60억 달러를 넘어선 상태였다.
동결·추적 피해 ‘코인 세탁’
6000만 달러 담보로 이더리움 전환
탈취 금액 절반인 30억 달러만 묶어해커들은 오후 5시 탈취한 스테이블코인 6000만 달러를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 ‘에이브’(Aave)에 담보로 맡긴 뒤, 이더리움 약 2만개(당시 기준 약 4460만 달러 상당)를 빌렸다. 자금 동결 기능이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중앙에서 동결할 수 없는 자산으로 바꿔 자금 추적과 동결을 피하려는 시도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해커 지갑에 대한 동결 명령을 내린 것은 그로부터 불과 1분 뒤인 오후 5시 1분이었다. 이어 서클도 3분 뒤 동결에 나섰다. 이 외에도 다른 기업들의 추가 동결 조치를 통해 약 30억 달러가 묶였다. 그러나 해커들은 그 전에 테더 9억 3400만 달러를 이미 탈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다른 토큰으로 교환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해커들이 동결이 불가능한 자산 약 24억 달러를 최종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확한 침투경로 파악 못 해
특정 엔지니어 노트북 해킹 가능성
‘거래 권한 위임’ 기능도 악용한 듯현재까지 해커들의 정확한 침투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바이낸스의 초기 조사에서는 엔지니어 한 명의 노트북이 해킹당해 무단 출금 거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바이낸스는 다른 침투 경로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FT는 탈취된 이더리움 중 약 38억 달러어치는 지갑의 작동 방식을 외부에 위임하는 기능이 악용돼 빼돌려진 것으로 분석했다.
분당 4000억원이 해킹당하는 초유의 상황에서 바이낸스 임원진은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인’ 상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킹 사실이 보고되고 긴급 화상회의에 소집된 임직원들은 회사 계좌에서 자금이 실시간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공포 속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WSJ는 전했다.
세줄 요약
- 북한 해커 지목, 36시간 전부터 범행 준비
- 바이낸스 20분 새 8조4000억원 탈취
- 보안팀 늦은 대응, 임직원도 실시간 지켜봄
2026-11-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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