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은 기분”… 홈플러스 ‘파산 수순’에 1만 2000명 일자리 벼랑 끝

“가족을 잃은 기분”… 홈플러스 ‘파산 수순’에 1만 2000명 일자리 벼랑 끝

입력 2026-07-05 17:37
수정 2026-07-0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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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생절차 폐지로 사실상 파산 수순 진입
  • 직원 1만2000명과 간접고용 인력 고용 위기
  • 입점 상인·납품업체까지 연쇄 피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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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노동자들이 5일 오후 3시 30분쯤 매장 정문 앞에 모여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소규모 피켓 시위를 열고 있다. 박다운 기자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노동자들이 5일 오후 3시 30분쯤 매장 정문 앞에 모여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소규모 피켓 시위를 열고 있다. 박다운 기자


“아직 파산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손님들이 언제 문을 닫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사실상 파산 수순에 접어들면서 직원과 입점 상인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당장 실직 위기에 놓인 직원이 약 1만 2000명에 달하자 서울 곳곳의 홈플러스 매장 앞에선 소규모 피켓 시위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차 관리와 청소 등을 담당하는 간접 고용 인력 1000여명까지 포함하면 고용 충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5일 오후 3시 30분쯤 찾은 홈플러스 강서구 강서점에선 노동자들이 매장 앞에 모여 “정부는 홈플러스 정상화 약속을 이행하라”며 손으로 직접 쓴 피켓을 흔들었다. 강서점에서 19년간 근무한 조모(58)씨는 “얼마 남지 않은 항고 기간 동안 정부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동점 노동자들 또한 매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외쳤고, 영등포점 매장 앞엔 ‘정년퇴임까지 일하고 싶다’라고 적힌 현수막과 노란 리본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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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홈플러스 월곡점 채소·반찬 매대가 손님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오른쪽 반찬이 진열돼야 할 자리에는 팬과 밀폐용기 등이 놓여 있다. 정회하 기자
일요일인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홈플러스 월곡점 채소·반찬 매대가 손님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오른쪽 반찬이 진열돼야 할 자리에는 팬과 밀폐용기 등이 놓여 있다. 정회하 기자


평소 같았으면 일요일 점심 시간대를 맞아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가득 찼을 매장 내부는 한산했다.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의 정육 매대에는 텀블러가, 채소 매대에는 주방 가위와 칼이 엉뚱하게 놓여 있었다. 직원들은 손님 대부분 무인 계산대 이용하게끔 안내했다.

성북구 홈플러스 월곡점도 마찬가지였다. 매장입구 바로 앞 신선식품 매대 앞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고, 냉장고 안에는 마치 진열한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물건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다.

마포구 월드컵점에서 19년간 근무한 양선하(57)씨는 “월급이 밀려도 버텼지만 이제는 정말 갈 곳이 없어 눈앞이 캄캄하다”며 “20년 가까이 청춘을 바친 일터가 없어지지 않기만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전 찾은 서울 중랑구 홈플러스 면목점은 굳게 닫힌 출입구 너머로 적막만이 흘렀다. 입점 업주들은 이미 모두 떠났고, 내부 매대는 비닐천으로 덮여 있어 마치 폐허를 방불케 했다. 2008년 홈에버에서 홈플러스로 간판을 바꾼 ‘1호점’이라는 상징성이 무색하게도, 정적 속 움직이는 건 홈플러스를 상징하는 대형 벽시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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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면목점에 ‘영업이 종료되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다운 기자
4일 오전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면목점에 ‘영업이 종료되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다운 기자


22년간 면목동에 거주해 온 황복남(76)씨는 “면목동 서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던 곳인데, 이렇게 문을 닫은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면목점 이커머스 부서에서 일해온 박유희(56)씨는 “22명이 한 부서에서 함께 일하고, 같이 쉬었다. 직장이 아닌 가족을 잃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폐점은 단지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원구 중계점 내 임대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일방적으로 휴・폐점 조치를 하며 모든 입점업주들 매출이 반 토막 난 상황”이라며 “회생길마저 막혀 권리금 및 보증금도 못 받을까봐 앞길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경영난 해소를 위해 매장 내 빈 공간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임대해 온 탓에, 입점 상인들까지 고스란히 막대한 타격을 떠안게 됐다.

납품업체들 또한 피해가 큰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발표한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대금 정산 지연 실태조사’를 보면 홈플러스 납품 중소 협력사들의 미정산금은 극단값을 제외하고 평균 7억7400만원에 달한다. 5억원 이상 받지 못했다는 기업도 전체의 40.7%를 차지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오는 7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날 오후엔 청와대 앞에서 투쟁문화제에 참석해 사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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