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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함께 뛴 하프코스, 일상의 설렘도 다시 뛰었다[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4년 만에 함께 뛴 하프코스, 일상의 설렘도 다시 뛰었다[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임태환 기자
임태환, 명종원 기자
입력 2023-05-21 18:19
업데이트 2023-05-2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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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친구끼리, 동료끼리
상암벌 NO마스크 GO마라톤!

지난 20일 오전 8시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 가벼운 복장 차림의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몰려들었다. 미세먼지 ‘좋음’ 수준이라 마스크를 벗고 뛰기엔 알맞은 날씨인데 따사로운 햇살 때문에 준비 운동을 하는 참가자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출발 시간을 20여분 남기고 프로야구단 LG트윈스 치어리더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치어리더의 스트레칭 동작에 맞춰 참가자들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달릴 채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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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정상 개최된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지난 20일 오전 출발을 앞두고 준비 운동을 하고 있다.
4년 만에 정상 개최된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지난 20일 오전 출발을 앞두고 준비 운동을 하고 있다.
4년 만에 하프 코스가 부활한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는 이날 오전 9시 참가자들의 함성과 함께 시작됐다. 대회 진행을 맡은 개그맨 배동성씨가 “준비되셨나요?”라고 외치자 출발선에 선 참가자들은 환호로 호응했고, 다 함께 ‘5, 4, 3, 2, 1’ 카운트다운을 한 뒤 힘차게 첫발을 내디뎠다.

유아차 끌고 완주한 슈퍼맘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대부분 해제하며 사실상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선언한 뒤 열린 이번 대회에는 실력자들도 상당수 참가했다. 친구, 직장 동료, 가족들과 함께 참가한 이들은 곳곳에서 인증 사진을 찍으며 대회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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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훈(앞줄 오른쪽 첫 번째) 통계청장, 박강수(두 번째) 마포구청장, 오세훈(세 번째) 서울시장, 곽태헌(네 번째) 서울신문 사장, 윤두현(다섯 번째) 국민의힘 의원, 이인호(일곱 번째) 인사혁신처 차장이 출발선에서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훈(앞줄 오른쪽 첫 번째) 통계청장, 박강수(두 번째) 마포구청장, 오세훈(세 번째) 서울시장, 곽태헌(네 번째) 서울신문 사장, 윤두현(다섯 번째) 국민의힘 의원, 이인호(일곱 번째) 인사혁신처 차장이 출발선에서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기 안양에서 왔다는 김은미(43)씨는 “자녀와 함께 마라톤을 완주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9개월 된 자녀가 탄 유아차를 가리키며 “아이가 힘들어할 때 주려고 바나나와 물, 과자 등 각종 간식거리를 준비해 왔다”면서 “가족들과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인 만큼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다 풀고 좋은 추억을 남기려고 한다”고 웃어 보였다.

“엄마 꼭 이긴다” 아홉살의 도전

부모 손을 잡고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한 장유준(9)군은 “엄마를 꼭 이기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혀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장군은 “달리기를 잘하는 아빠는 어렵더라도 엄마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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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코스에 참가한 김현정씨가 유아차에 태운 아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김씨는 완주 소감에서 “엄마들은 다 할 수 있다”고 외쳤다.
10㎞ 코스에 참가한 김현정씨가 유아차에 태운 아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김씨는 완주 소감에서 “엄마들은 다 할 수 있다”고 외쳤다.
19개월 자녀의 유아차를 밀며 10㎞ 코스를 완주한 ‘위대한 어머니’도 있었다. 1시간 20분 만에 10㎞를 완주한 고루다(44)씨는 “아이를 데리고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회에 참가했다”며 “유아차 바퀴 바람이 중간에 빠져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왔지만 완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끝까지 달렸다”고 말했다.

직장인 러닝크루 여기 다 모였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모여 도심 곳곳을 뛰는 ‘러닝크루’(달리기 모임) 회원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여의도와 마포 일대를 뛰는 모임인 ‘RURC’ 대표 노경문(34)씨는 “2020년 2월부터 뛰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행사에 참가할 수 없어 아쉬움이 컸었다”면서 “이번 대회에 다 같이 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생겨 너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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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니드몬’ 인형 탈을 쓴 10㎞ 코스 참가자가 다른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니드몬’ 인형 탈을 쓴 10㎞ 코스 참가자가 다른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또 다른 러닝크루 ‘알로그’ 회원인 홍지우(33)씨는 인기 캐릭터인 ‘피카츄’ 복장을 하고 나와 5㎞, 10㎞ 코스를 뛰는 회원들을 응원했다.

코로나학번? 엔데믹학번 인증샷

무대 뒤편에서 몸을 풀던 대학 러닝동아리 소속 학생들은 출발 전 단체 사진을 찍고 파이팅을 외치며 완주 의지를 다졌다. 중앙대 러닝동아리 ‘카우온’ 소속 이영학(25)씨는 “분기마다 대회를 준비한다. 지난 8주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날이 왔다”면서 “열심히 준비해서 왔는데 땀 흘린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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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한 참가자들이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완주한 참가자들이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희대 ‘경희랑달리기’ 소속 홍가연(22)씨는 “이번 대회에 개강 이후 가장 많은 동아리원이 참가했다”면서 “제대로 뛰는 마라톤 대회는 처음이라 너무 떨린다”고 했다. 서강대 ‘스프린트’ 소속 성건우(26)씨 역시 “56명이 참가했다. 각자 다른 코스를 달리는데 다들 부상 없이 좋은 기록을 세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섯살 인생 친구들과 첫 ‘꿈메달’

충북 충원고 교사 1명과 학생 20명도 대회에 참가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이선우(17)군은 “방과후 모임 활동을 하면서 ‘뛰는 즐거움’을 알았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과 함께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 이곳에 왔다”면서 “많은 사람과 함께 뛸 수 있어 기쁘고, 볼거리도 많아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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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 참가한 한 가족이 기념 셀카를 찍고 있다.
대회에 참가한 한 가족이 기념 셀카를 찍고 있다.
어린이 참가자들의 열정도 뜨거웠다. 은평구 충암유치원의 백합반 친구들과 다 함께 결승선을 통과한 후 연신 자신의 메달을 자랑하던 최수현(6)군은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재밌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 박지환·오장환 기자
임태환·명종원 기자
2023-05-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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