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쌀 의무 매입 양곡법’ 거부권 시사 왜…“밑 빠진 독에 혈세 붓는 꼴”

대통령 ‘쌀 의무 매입 양곡법’ 거부권 시사 왜…“밑 빠진 독에 혈세 붓는 꼴”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2-19 16:55
업데이트 2023-02-2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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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양곡관리법 개정안 국회 강행 처리시 尹 거부권 행사 유력

‘과반의석’ 민주당 개정안 강행 처리시
尹, 양곡법 개정안 위헌 요소 검토 지시
尹 “남는 쌀 의무 매입, 농민에 도움 안돼”
민주 “쌀값 안정화 위한 최소 안전장치”
정부 “쌀 공급과잉 고착돼 쌀값 더 하락”
보관비 연 1.5조…농민단체도 입법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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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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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북 포항시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포항농협 저장고에 쌀값 폭락으로 판매되지 못한 무게 1t짜리 건조 벼 포대들이 가득 차 있다. 신포항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수매한 건조 벼 5천300t이 쌀값 폭락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며 “다음 달 시작하는 올해 햅쌀 수매는 못 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2022.7.18 연합뉴스
18일 경북 포항시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포항농협 저장고에 쌀값 폭락으로 판매되지 못한 무게 1t짜리 건조 벼 포대들이 가득 차 있다. 신포항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수매한 건조 벼 5천300t이 쌀값 폭락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며 “다음 달 시작하는 올해 햅쌀 수매는 못 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2022.7.18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해주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한 데 이어 강행 처리할 경우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19일 파악됐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이재명표 1호 민생 법안’인 양곡법 개정안이 쌀값 하락을 막기는커녕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농업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민생 법안, 특정 정당
일방 처리시 국민 실망할 것”
‘과반의석’ 민주, 국회 본회의 처리 가능

양곡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한 쟁점 법안들에 대해 위헌 요소 또는 민생에 미칠 영향 등이 없는지 살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국민이 굉장히 관심이 많은 민생 법안이 하나의 정치 세력이나 정당에 의해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처리된다면 많은 국민이 실망할 것”이라면서 “(양곡법 개정안은) 밑 빠진 독에 혈세를 퍼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입법부에 대한 견제 수단인 거부권은 헌법 53조에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규정돼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의결을 건너뛰고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법은 30일 이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법안을 상정해야 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상정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정한다. 이때 과반(169석) 의석을 점한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상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쌀값 안정화를 위해 양곡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쌀 과잉 생산을 구조적으로 막는 쌀 생산 조정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쌀값 폭락 시 농가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민생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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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도 국회 양곡관리법 부의의 건 표결 강행 처리
민주당 주도 국회 양곡관리법 부의의 건 표결 강행 처리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부의의 건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무기명으로 표결 처리되고 있다. 2023.1.3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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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 개정안 관련 입장 밝히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양곡관리법 개정안 관련 입장 밝히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의결된 것과 관련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2.12.28 연합뉴스
정부 “쌀 소비 줄어 만성 공급 과잉인데
정부가 의무 매입시 더 과잉 생산될 것”
尹 “무제한 수매 농업에 결코 좋지 않아”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쌀 생산량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해 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쌀 수요가 줄어 연간 20만t이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인데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생산 과잉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오히려 쌀값이 떨어진다”면서 “20여년간 정책적으로 ‘다수확’에서 ‘품질’로 전환해왔는데 이 방향을 되돌릴 것”이라고 반대했다. 쌀 초과 생산량에 따라 정부가 의무 매입 방식으로 보상하게 되니 농민들 입장에서는 시장이 원하는 품질 좋은 쌀 대신 수확량이 많은 쌀을 택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쌀 전업 농민단체에서도 지난 1일 양곡법 졸속 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연평균 1조원 이상의 재정부담으로 스마트농업, 청년농 육성, 유통 현대화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지는 점도 우려했다. 1조원이면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1㏊(약 3000평)짜리 스마트팜을 300개 이상 지을 수 있는 예산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법 개정안 시행될 경우 2027년 1조 1872억원, 2030년 1조 4659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전망했다. 또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되면 쌀값은 2030년 80㎏에 17만 2000원으로 최근 5년 평균(19만 3000원)보다 10.5% 더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농식품부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지 쌀값 조사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 단순 평균 기준 쌀값은 80㎏에 18만 5176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업무보고에서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수매는 결코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금 생산되는 쌀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하느냐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는 밥쌀은 적정 규모 줄여서 생산하고 99% 수입하는 밀을 대체할 수 있는 가루쌀과 콩 등 전략작물재배 지원을 통한 작물 전환 확대로 식량 안보를 강화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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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부에 쌀값 하락 대책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진성준·박홍근·김승남·우상호·김민기·한정애 의원. 김명국 기자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부에 쌀값 하락 대책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진성준·박홍근·김승남·우상호·김민기·한정애 의원.
김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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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까지 치솟았지만 쌀값은 오히려 하락해 평년보다 낮은 수준인 가운데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돼 있다. 산지 쌀값은 지난 5일 기준 20㎏당 4만 4851원으로, 최근 5년간 평년 가격을 밑돌고 있다. 쌀은 전량 자급해 최근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고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고, 국민의 소비 감소로 과잉 공급돼 가격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뉴스1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까지 치솟았지만 쌀값은 오히려 하락해 평년보다 낮은 수준인 가운데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돼 있다. 산지 쌀값은 지난 5일 기준 20㎏당 4만 4851원으로, 최근 5년간 평년 가격을 밑돌고 있다. 쌀은 전량 자급해 최근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고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고, 국민의 소비 감소로 과잉 공급돼 가격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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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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