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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넘어 예술이 되다… 한글의 변신은 무죄

문자 넘어 예술이 되다… 한글의 변신은 무죄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10-09 19:56
업데이트 2022-10-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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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박물관 ‘근대 한글 연구소’展

디자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한글
산업적 콘텐츠로서 가치 재조명
공예·패션·음악 등 무제한 확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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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돌 한글날을 맞아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을 오브제로 활용한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이화영 작가의 ①‘한HAN글文’은 아학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조형물이다. 한동훈 작가의 ②‘말의 형태’는 주시경이 한글을 가로로 풀어쓰자고 주장한 데서 착안했다. 유남권 작가는 근대 출판물에 사용된 한글 제목을 차용해 ③‘지태칠기’를, 박춘무 작가는 주시경과 제자들이 국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쓴 말모이에서 영감을 얻어 ④‘무제’를 만들었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576돌 한글날을 맞아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을 오브제로 활용한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이화영 작가의 ①‘한HAN글文’은 아학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조형물이다. 한동훈 작가의 ②‘말의 형태’는 주시경이 한글을 가로로 풀어쓰자고 주장한 데서 착안했다. 유남권 작가는 근대 출판물에 사용된 한글 제목을 차용해 ③‘지태칠기’를, 박춘무 작가는 주시경과 제자들이 국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쓴 말모이에서 영감을 얻어 ④‘무제’를 만들었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문자로서의 한글을 기억하는 한글날, 패션과 공예 등에 활용된 예술 작품으로서의 한글을 들여다본다. 한글은 오브제로 태어났고, 예술가들은 한글의 폭을 넓히기 위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576돌 한글날을 맞아 지난 7일부터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근대 한글 연구소’ 특별전을 시작했다. 한글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예술 및 산업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조명하는 ‘한글실험프로젝트’의 네 번째 전시다. 앞서 2016년 ‘훈민정음과 한글 디자인’, 2017년 ‘소리×글자: 한글디자인’, 2019년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처럼 한글이 소재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번엔 박물관 소장자료를 토대로 재해석한 점이 차별화됐다.

1443년 창제된 한글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활발해진 것은 근대에 들어서다. 한글 연구자들은 가로쓰기, 띄어쓰기, 한글 전용 글쓰기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문헌으로 남겼다. 이번 전시의 배경이 근대가 된 이유다. 전시를 맡은 윤지현 학예연구사는 “고종이 1894년 공문서에도 한글을 사용하도록 선포하면서 한글이 나라의 글로서 지위를 갖게 됐다”면서 “근대 시기에 한글 실험이 진행됐다는 점을 작품으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전시관 내부. 류재민 기자
전시관 내부. 류재민 기자
윤 학예사가 “한글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다른 분야를 만나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전시”라고 소개한 것처럼 시각, 제품·공예, 패션,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 뻗어 간 한글의 확장성은 거침없었다.

1부 ‘동서말글연구실’은 한국과 소통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사전과 학습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 전시됐다. ‘금단의 나라 조선’(1880), ‘한영자전’(1897) 등 동서양을 이으려 했던 기록들은 한글·한문·영어를 섞은 유현선 작가의 ME뉴板(메뉴판)이 됐고, 전통 한복 구조에 트렌치코트나 재킷 등을 결합한 이청청 작가의 옷으로 탄생했다.

2부 ‘한글맵시연구실’은 한글을 어떤 모양으로 조합하고 배열할 것인지에 대한 근대 지식인들의 고민을 작품에 녹였다. 한글학자 주시경이 ‘말의 소리’(1914)에서 주장한 가로쓰기는 윤새롬 작가의 선반이 됐고, 국어 교과서인 ‘신정심상소학’(1896)에서 띄어쓰기 역할을 한 둥근 점은 김무열 작가의 독특한 공예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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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마지막에는 국어학자 주시경을 기리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류재민 기자
전시 마지막에는 국어학자 주시경을 기리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류재민 기자
2부와 3부 사이에는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과 실제 소품 등으로 작품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어 작품을 더 가깝게 이해하게 한다. 3부 ‘우리소리실험실’은 소리꾼의 목소리로 전해 오던 판소리가 근대 들어 소설로 출간된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 등을 소재로 했다. ‘심청전’의 대목을 옷에 활용한 김혜림 작가의 작품이나 각도에 따라 보이는 글자가 달라지는 김현진 작가의 작품은 한글 이야기가 어떻게 예술로 변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마지막 4부 ‘한글출판연구실’은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를 비롯한 대중적인 한글 인쇄물이 두터운 독자층을 만들고 대중문화를 이끌어 온 힘을 조명한다. 스튜디오 페시의 조합을 통해 완성되는 타일과 한글의 속성을 이중으로 중첩해 만든 자모타일 등 한글 출판물은 독특하고도 다양하게 변주됐다. 전시 끝에는 ‘주시경 선생 유고’(1939)와 함께 추모곡이 흘러나와 근대 한글 연구의 중심에 있던 그를 생각하게 한다.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류재민 기자
2022-10-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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