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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과 함께한 1000년… 그게 한국인만의 밈이다

젓가락과 함께한 1000년… 그게 한국인만의 밈이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2-03-31 17:24
업데이트 2022-04-0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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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이어령 지음/파람북/328쪽/1만 8000원

거시기 머시기
이어령 지음/김영사/304쪽/1만 6000원

이어령 유작 ‘너 누구니’ 출간
한국의 힘 원천 ‘젓가락’ 꼽아
中·日과 다른 문화유전자 강조

李 강연 등 엮은 ‘거시기 머시기’
모든 걸 품어 내는 우리말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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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별세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유작에서 한국만의 고유한 젓가락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만, 중국, 티베트, 인도네시아, 일본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젓가락을 쓰고 있다. 그중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젓가락과 숟가락이 한 쌍을 이룬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스테인리스 젓가락이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수저와 비슷한 형태로 쓰이는 것처럼 오래도록 이어진 젓가락 속 우리 문화유전자를 살려 포용과 조화의 정신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책은 전한다. 서울신문 DB·파람북 제공
지난 2월 별세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유작에서 한국만의 고유한 젓가락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만, 중국, 티베트, 인도네시아, 일본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젓가락을 쓰고 있다. 그중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젓가락과 숟가락이 한 쌍을 이룬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스테인리스 젓가락이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수저와 비슷한 형태로 쓰이는 것처럼 오래도록 이어진 젓가락 속 우리 문화유전자를 살려 포용과 조화의 정신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책은 전한다.
서울신문 DB·파람북 제공
“천하루 밤을 지새우면 아라비아의 밤과 그 많던 이야기는 언젠가 끝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꼬부랑 할머니의 열두 고개는 끝이 없습니다.”(‘너 누구니’ 11쪽)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문다. ‘시대의 지성’이 남기고 간 글의 향기는 더 짙게 많은 이들의 가슴에 배고 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갯길을…’하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로 그는 여전히 독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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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중국, 티베트, 인도네시아, 일본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젓가락을 쓰고 있다. 그중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젓가락과 숟가락이 한 쌍을 이룬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스테인리스 젓가락(왼쪽)이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수저(오른쪽)와 비슷한 형태로 쓰이는 것처럼 오래도록 이어진 젓가락 속 우리 문화유전자를 살려 포용과 조화의 정신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책은 전한다. 서울신문 DB·파람북 제공
대만, 중국, 티베트, 인도네시아, 일본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젓가락을 쓰고 있다. 그중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젓가락과 숟가락이 한 쌍을 이룬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스테인리스 젓가락(왼쪽)이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수저(오른쪽)와 비슷한 형태로 쓰이는 것처럼 오래도록 이어진 젓가락 속 우리 문화유전자를 살려 포용과 조화의 정신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책은 전한다.
서울신문 DB·파람북 제공
최근 잇따라 나온 이 전 장관의 새 책은 우리가 지닌 힘이 무엇인지 알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로 발돋움할 수 있는 용기를 일깨운다. 특히 구불구불하고 부드러운 어감의 ‘꼬부랑과 아리랑’을 사랑하는 한국인이 더 유연하게 조화를 이루며 특유의 에너지를 가꿔 나아가길 권한다.

이 전 장관의 유작이자 2020년 첫 선을 보인 ‘한국인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너 누구니’에서는 젓가락에서 그 힘의 원천을 찾는다. 동양문화권에선 젓가락을 사용한다. 특히 한국은 중국·일본과 더욱 가까이 젓가락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젓가락은 엄연히 다른 것들과 구분되며 한국인만의 문화유전자(Meme·밈)를 형성해 왔다고 이 전 장관은 강조한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짝지어 국물과 건더기를 자유자재로 먹는 것도, 금속으로 된 묵직한 젓가락으로 콩을 한 알씩 집어 먹는 것도 모두 우리만의 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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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많은 것이 바뀌었어도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수저는 1000년이 넘도록 일관된 생활과 정신을 이어 온 핵심 도구다. 이 전 장관은 무엇보다 한자 ‘저’(箸)에 우리말 ‘가락’을 붙인 것처럼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고 결합하는 젓가락의 성격에 주목한다. 숟가락으로는 국물만 뜬 뒤 내려놓고 다시 젓가락을 들어 건더기만 집어 먹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 손에서 조화롭게 움직이는 수저문화는 곧 우리 삶의 리듬과 정서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다만 너무 일상과 함께라 ‘작고 하찮은’ 것으로 여겨 ‘젓가락 행진곡’(영국)이나 ‘스마트 젓가락’(중국)을 우리가 만들어 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덧댄다. 그는 “가까이 있는 것, 늘 보아온 작은 것 속에 뜻밖에 깊고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나와 함께 사는 이웃이 누구인지, 젓가락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하는 여의봉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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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장관의 생전 말과 글, 책에 관련한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강연 내용들을 묶은 ‘거시기 머시기’도 젓가락 문화와 비슷한 우리만의 특색을 곳곳에서 설명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흑백의 경계를 넘어선 애매하고 이상한 말이기도 한 ‘거시기’와 ‘머시기’를 두고 이 전 장관은 “언어적 소통과 비언어적 소통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곡예의 언어이기도 하다”고 했다. 뻣뻣하고 뚝뚝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걸 품어 내는 우리말의 힘을 부각시킨 것이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으로 대표되는 역설적 발상을 비롯해 우리말에는 ‘죽어도 안 한다’, ‘좋아 죽겠다’처럼 모순된 표현이 가득하다. “죽음을 통해 생을 말하는 것은 우리 문화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기저음”이라는 이 전 장관은 모순을 끌어안고 서로 다른 것을 아우를 줄 아는 DNA를 언어에서 풀어낸다. 방대한 지식이 쉽고 흥미롭게 흘러 친근하게 와닿는 그의 글귀들은 갈등과 대립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한 포용과 조화의 정신을 가리킨다.

허백윤 기자
2022-04-0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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