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생존자 없는 ‘사도광산’ 강제노역…되풀이 않으려면 기억해야”

“생존자 없는 ‘사도광산’ 강제노역…되풀이 않으려면 기억해야”

박상연 기자
박상연 기자
입력 2022-01-05 18:00
업데이트 2022-01-05 18: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일제 강제동원 연구자 정혜경·허광무 인터뷰
‘사도광산’ 강제노역 조선인 피해 조사
일, “세계 최대 금 채굴” 세계유산 추진
“역사 맥락 담은 ‘완전한 역사’ 기억해야”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동원’ 저자인 정혜경(오른쪽) 일제 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과 허광무 연구위원이 5일 인천 부평구 부평문화원에서 저서를 소개하며 “역사를 기억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두 저자가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동원’ 저자인 정혜경(오른쪽) 일제 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과 허광무 연구위원이 5일 인천 부평구 부평문화원에서 저서를 소개하며 “역사를 기억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두 저자가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탄가루는 먹으면 밖으로 나오지만 돌가루는 몸으로 파고들어 못 낫는다. (진폐증은) 참 몹쓸 병이다.”

아시아태평양전쟁 기간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섬의 광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피해자들이 생전 가족들에게 했던 증언을 비롯해 각종 사료를 모은 책이 발간됐다. ‘17세기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금 채굴지’라고 홍보하며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유일 후보로 결정한 일본이 사도광산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노역의 참상을 감추려는 시도를 저지할 증거가 될 사료가 책에 담겼다.

지난달 말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동원’을 낸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의 정혜경 대표연구위원과 허광무 연구위원은 5일 “책을 쓰려는데 진폐증과 같은 광산 노동의 후유증으로 병치레가 잦았던 노동자들이 일찍 생을 마감했기에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를 증언할 생존자가 한 명도 없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창처럼 끝이 뾰족한 광산 분진 가루를 들이마시며 일해야 했던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폐를 가루가 계속 찔러 피를 토했다”는 유족 증언을 모았다.

책이 강조하는 건 ‘완전한 역사’이다. 정 대표위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게 ‘완전한 역사’, 즉 역사 맥락을 모두 종합해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사도광산에서 벌어진 강제동원 역사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도광산이 가진 의미에 대해 “역사의 ‘피해자성’에 대해 고민해 보게끔 한다”는 점을 들며 “사도광산에서 벌어진 강제노역의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는 게 첫 단계, 노역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감정 이입이 다음 단계이며 마지막으로 이를 통해 다시는 전쟁이나 침략과 같은 역사를 통해 다른 이들을 억압하거나 차별하지 말자는 교훈을 새기는 것이 ‘피해자성’의 진정한 이해”라고 설명했다.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동원’ 저자인 정혜경(오른쪽) 일제 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과 허광무 연구위원이 5일 인천 부평구 부평문화원에서 저서를 소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두 저자가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동원’ 저자인 정혜경(오른쪽) 일제 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과 허광무 연구위원이 5일 인천 부평구 부평문화원에서 저서를 소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두 저자가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사도광산은 일본이 전쟁에 필요한 군수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지역 중 한 곳이다. 강제동원 총규모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949년 2월 기준 최소 1140명의 조선인 노동자가 사도광산에서 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이 최근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결정하며 국내에서 우려가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군함2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터라 이 같은 역사왜곡 사태가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공동저자인 허 위원은 “역사의 가해국이 혼자서 화해를 제안하거나 스스로 화해의 길을 갈 수 없다”며 “그 길을 이끌어 나가는 건 식민 역사의 피해자인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연 기자 sparky@seoul.co.kr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