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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눈멀어 조카 앞세웠다” 北피살 공무원 아들까지 조롱(종합2보)

“돈 눈멀어 조카 앞세웠다” 北피살 공무원 아들까지 조롱(종합2보)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0-10-06 11:37
업데이트 2020-10-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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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표정의 피격 공무원 형 이래진 씨
어두운 표정의 피격 공무원 형 이래진 씨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47)의 형 이래진씨(55)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서울에 주재하는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씨는 “대한민국에서 동생의 비극적 죽음을 해결 못 한다면 IMO(국제해사기구) 등 국제 조사위원회를 통한 조사도 생각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며 “피격지점이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이기에 반드시 국제조사기구를 통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0.9.29/뉴스1
文대통령에 편지 띄운 피살 공무원 아들
시민단체, 악성댓글 단 네티즌 고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고등학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된 가운데,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악플(악성댓글)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단체는 악플러들을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피살 공무원 이모씨의 형 이래진씨는 지난 5일 고교 2학년생인 조카 이모군이 대통령에게 쓴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께 올립니다”로 시작하는 편지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명예를 되찾아 달라는 호소가 담겼다. 하지만 편지가 공개된 뒤 숨진 공무원 아들에게도 악플이 달렸다.
서해 소연평도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이 작성한 자필편지
서해 소연평도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이 작성한 자필편지
시민단체, 편지 관련 2차 가해 네티즌 고발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6일 “이군의 공개 편지 관련 기사에 이래진씨와 이군에 대한 허위사실의 댓글을 달아 명예를 훼손한 네티즌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검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준모는 일부 네티즌이 “저걸 과연 아들이 알아서 스스로 다 썼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사망자 형이나 그 뒤에 세력들이 있겠지”, “형이란 작자가 돈에 눈이 멀어 조카를 앞세우고 있다”, “누가 시켰구먼”, “월북자 가족이 뻔뻔하게 얼굴 들고, 좋은 세상”, “네 아빠는 도박 빚 독촉에 못 이겨 자식들 버려두고 북으로 튄 월북자란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고 전했다.

이에 사준모는 “이 댓글들로 인해 ‘피해자의 자필 편지의 진정성이 훼손되어 피해자가 누군가의 조정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래진씨는 동생의 명예 회복을 위해 투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 때문에 활동한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줄 우려’가 생기게 됐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결과가 발생했거나 또는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에 피해자들에 대한 제2차 가해를 방지하고자 반의사불벌죄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에 근거, 이 사건에 대한 고발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고발 근거를 밝혔다.

사준모는 “피고발인들은 공통적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했으므로 공연성 요건은 충족되며, 피고발인들의 댓글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 또는 훼손할 우려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법익의 침해·피해 사실의 특정성 또한 인정된다. 피고발인들의 가해 행위에 대해 별도의 위법성조각사유 또는 책임조각사유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이러한 허위사실의 댓글을 게시하는 이들에게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힘든 삶을 살아갈 피해자 가족 입장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친형이 지난 24일 군이 제기한 A씨의 월북 가능성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A씨의 공무원증. 2020.9.25 친형 제공. 연합뉴스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친형이 지난 24일 군이 제기한 A씨의 월북 가능성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A씨의 공무원증. 2020.9.25 친형 제공. 연합뉴스
숨진 공무원 아들 “대통령님 자녀라면 지금처럼 하시겠나요”
이군은 편지에서 “(아버지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며 “180㎝의 키에 68㎏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해경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본인만 알 수 있는 신상정보를 북에서 알고 있었다는 점’ 관련해서도 이군은 “북한군이 이름과 고향 등의 인적사항을 묻는데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앞서 해경은 지난달 29일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수사팀은 실종자(이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고려해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기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경은 “이씨가 북측이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고 했다.

해경은 이씨가 3억3000만원의 금융기관 채무가 있고 이 중 2억6800만원은 도박 빚인 점을 파악했다면서 “단순히 채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월북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국방부의 자료에선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도 있어서 월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도 했다.

이군은 “이 또한 나라에서 하는 말일 뿐 저희 가족들은 그 어떤 증거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 저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사람이 저의 아빠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는데 나라에서는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군은 “대통령께 묻고 싶다”며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아빠는 왜 거기까지 갔으며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저와 제 동생을 몰락시키는 현 상황을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이군은 “(아버지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 나라의 잘못으로 오랜 시간 차디찬 바닷속에서 고통받다가 사살당해 불에 태워져 버려졌다”며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달라. 그리고 하루빨리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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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날...기자간담회 갖는 주호영 원내대표
연휴 마지막날...기자간담회 갖는 주호영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4
뉴스1
주호영 “공무원 아들 편지, 대통령이 정직하게 답하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아들의 편지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정직하게 답변해달라”고 호소했다.

주 원내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사전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을 언제 보고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고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국민들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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