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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만사 아닌 망사”… 정권 수사검사들 좌천에 ‘줄사표 항명’

“인사, 만사 아닌 망사”… 정권 수사검사들 좌천에 ‘줄사표 항명’

박성국 기자
박성국, 이혜리, 진선민 기자
입력 2020-09-01 01:04
업데이트 2020-09-01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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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發 검사 인사 후폭풍

한동훈-정진웅 몸싸움 감찰하던 정진기
서울고검→대구고검 지방 발령에 사표


尹 총장 중심 특수·공안부 출신 대거 좌천
‘드루킹 특검’ 장성훈 포함 22명 조직 떠나
‘정권 충성 경쟁 인사’ 檢 내외부 비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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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주는 인사라고요? 조직에 환멸을 주는 망사(亡事) 아닌가요.”(지방 한 검사장)

추미애(62·사법연수원 14기) 법무부 장관의 최근 잇단 ‘개혁인사’ 이후 검찰 내부의 반감이 ‘줄사표’로 이어지고 있다. 추 장관은 검찰 요직을 차지해 온 ‘특수·공안’ 출신 대신 ‘형사·공판’ 출신 검사 중심으로 희망을 준 인사라고 자평했지만 검찰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정권 충성 경쟁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검찰 하반기 고위간부급 인사를 발표한 지난 7일과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를 내놓은 27일 이후 이날까지 22명의 검사가 사직서를 내고 조직을 떠났다. 퇴직자 중에는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의 연수원 선배와 동기인 김영대(57·22기) 전 서울고검장 등 인사에 앞서 사직 의사를 밝힌 사람도 있지만 문찬석(59·24기) 전 광주지검장과 정순신(54·27기)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등 인사 직후 이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는 검사가 줄을 잇고 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 중 한동훈(47·27기) 검사장 폭행 논란을 일으킨 정진웅(52·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감찰해 온 정진기(52·27기) 서울고검 감찰부장도 최근 법무부에 사직서를 냈다. 감찰 대상인 정 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한 반면, 정 감찰부장은 서울고검 부임 6개월 만에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법무부는 정 감찰부장을 포함해 감찰부 소속 검사 6명 중 5명을 지방으로 발령 내면서 정 부장 감찰에 제동을 걸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검 부장은 통상 1년, 고검 검사는 2년 근무를 보장해 왔는데 감찰부장을 부임 6개월 만에 또 다른 지방 고검으로 보낸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근무평정’이라는 객관적인 인사 시스템을 무너트린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의 변호사도 “검사는 기수별로 1년에 2번씩 근무평정을 하고, 이를 점수로 매긴 것이 그 동기의 ‘서열’이 된다”면서 “추 장관은 ‘형사·공판부 강화’ 명분으로 근무평정을 무시하고 순위권 밖에 있던 검사들을 요직에 앉히니까 승복을 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루킹 특검’에 합류해 김경수 경남지사와 고 노회찬 의원을 수사했던 장성훈(48·31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1부장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장 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비수사부서인 고양지청 인권감독관으로 발령 났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가 인사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너무 노골적으로 담았다”며 “더 많은 검사가 조직을 떠날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법무부가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검사 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해마다 60~80명 수준이던 퇴직자는 2019년 박상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이 속도를 내면서 110명으로 늘었다. 올해 7월 말까지는 39명이 옷을 벗었지만 최근 퇴직자는 통계에 안 잡힌 데다 연말에 퇴직이 몰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쯤에는 숫자가 크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2020-09-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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