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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법서라]삼성의 ‘최종 병기’...수사심의위에 이재용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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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06-13 10:05 tjflvnf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수사심의위, 불기소 의견 내면
피의자 신청 사건 중 1호 사례
검찰 불수용해도 최초 기록돼

[편집자주]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 이야기를 풀어 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마스크를 쓴 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6.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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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마스크를 쓴 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6.8 연합뉴스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수사심의위 심의를 왜 피하려 하는가.” “이번 사건을 심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제도에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이다.”

벼랑 끝에 몰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침 없는 반격에 결국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게 됐습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에서 수사심의위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이 부회장 측은 기다렸다는 듯 “국민들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심의위 결정에 감사드린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해 2018년 도입됐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수사심의위 제도가 이 부회장 덕분에 유명세를 탄 것은 긍정적입니다. 이제 다른 피의자들도 검찰 수사에 억울함이 있다면 누구나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수사심의위는 8차례 열렸습니다. 이중 사건관계인이 신청해 수사심의위가 열린 사례는 1건입니다. 지난해 6월 ‘울산경찰청 피의사실 공표금지 위반’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담당 경찰관 측 변호인이 수사 계속 여부를 논의해달라고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습니다. 부의심의위를 거쳐 한 달 뒤 열린 수사심의위는 신청인 측 기대와 달리 “수사를 계속하라”고 결론 냈습니다. 1년여가 지난 지금도 검찰 수사는 진행 중입니다.

당시 담당 경찰관은 변호인과 함께 대검에서 열린 수사심의위에 출석했습니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는 ‘의견서를 제출한 사건관계인이 의견 진술을 원하면 주임검사 또는 신청인과 동일한 기회를 부여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주임검사와 신청인은 각각 30분 이내에서 사건 설명이나 의견을 낼 수 있는데, 사건관계인에게도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사건관계인도 의견 진술 가능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수사심의위에 이 부회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부회장 측은 수사심의위에서 어떻게든 불기소 의견을 끌어내야 검찰을 압박할 수 있는데,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면 심의위원들을 설득하는데 보다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심의위가 최종적으로 불기소 의견을 낸다면 이번 사건은 피의자 측 입장이 받아들여진 ‘첫 사례’로 기록됩니다. 또 수사심의위 의견은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검찰이 수사심의위 의견을 불수용한 최초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간 8차례 수사심의위 결론은 모두 수용됐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이 부회장이 기소가 된다 해도 재판 과정에서 불기소 의견을 냈던 수사심의위 의견을 참고 자료로 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부회장 측이 형사 사건을 지나치게 여론전으로 몰고 간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이 부회장 출석 카드는 상당한 고심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노조 문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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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노조 문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검찰은 내색은 안 하지만 불편해하는 분위기입니다. 1년 7개월 동안 수사를 하면서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하고 수 차례 관련자 조사를 통해 거의 마지막까지 달려왔는데 일격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만든 수사심의위 제도가 이렇게 재벌 총수를 위해 쓰일 줄은 예상치 못했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수사심의위 위원장인 양창수(68·사법연수원 6기) 전 대법관은 2009년 대법관 시절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관여한 적이 있습니다. 1996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이사회를 열고 전환사채를 이 부회장에게 헐값에 배정했다는 의혹과 관련돼 있는 사건입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에버랜드 전 대표 허모씨 등의 상고심에서 6대 5의 의견으로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수사심의위원장, 과거 삼성 재판
공정성 논란에 회피해야 의견도


6명의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 중에는 양 전 대법관도 포함돼 있습니다. 삼성 특검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이건희 회장도 전합 판단에 따라 같은 날 이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지었습니다. 이 사건 재판장은 양 전 대법관, 주심은 김지형 전 대법관입니다. 김 전 대법관은 현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달 6일 이 부회장이 삼성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양 전 대법관은 같은달 22일 한 경제지 칼럼을 통해 당시 전합 판결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9년 5월에 (삼성 에버랜드 사건의) 피고인들을 무죄로 판단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 그 최종적 판단을 뒤엎지는 못한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기업 지배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한 것에 대해 승계자가 공개적으로 사죄를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치열한 법리 다툼을 하는 와중에 열리는 수사심의위에서 양 전 대법관은 과연 공정하게 회의를 주재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양 전 대법관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하지 않으면 검찰이 기피 신청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이 부회장 측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검찰 입장에서는 더 이상 밀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법조계 의견은 갈립니다. 검찰미래위원회 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공무원 신분도 아닌데 굳이 이 사건을 맡을 필요가 있느냐”며 오해를 살 여지는 없애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반면 검찰개혁위원회 위원 시절 수사심의위 도입에 회의적이었던 변호사는 “어차피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라면서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피의자의 방어권을 두텁게 보장하고, 검찰 수사의 적정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이기 때문에 공정성은 ‘생명’입니다. 이 부회장 측 말대로 이 제도에 사형 선고가 내려지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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