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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운영진, 할머니들 관리 대상으로만 대했다”

“나눔의 집 운영진, 할머니들 관리 대상으로만 대했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6-01 17:18
업데이트 2020-06-0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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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무라야마 잇페이(왼쪽)씨가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역사관 연구원으로 재직할 때인 2007년 9월 당시 양평군 효병원에 입원한 문필기 할머니를 병문안하는 모습. 지병을 앓고 있던 할머니는 2008년 3월 8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무라야마 잇페이씨 제공
사진은 무라야마 잇페이(왼쪽)씨가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역사관 연구원으로 재직할 때인 2007년 9월 당시 양평군 효병원에 입원한 문필기 할머니를 병문안하는 모습. 지병을 앓고 있던 할머니는 2008년 3월 8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무라야마 잇페이씨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약 5년 동안 일한 일본인이 “할머니들이 영양실조로 병원에 입원하고 물이 새는 생활관에서 지냈다”고 말했다.

2006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나눔의 집 역사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무라야마 잇페이(40)씨는 1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나눔의 집 시설이 할머니 치료와 돌봄에 소홀했던 일들을 털어놨다. 나눔의 집을 떠난 무라야마씨는 현재 일본에 거주 중이다.

무라야마씨는 “이옥선(93) 할머니가 2009년과 2010년 영양실조로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고, 다른 할머니들도 밥을 잘 못 드시는 일이 많았다”면서 “이 할머니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고 늘 말을 했지만 나눔의 집 시설이 할머니 각 개인의 희망사항을 반영해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 증언대회 참석차 미국, 일본 등을 방문할 때 오히려 음식을 더 잘 드시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덧붙였다.

무라야마씨는 또 “나눔의 집은 노인 복지시설임에도 식단표가 없었다”면서 “조리사가 남은 반찬의 양을 보고 아침에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사는 방식으로 식단이 결정됐다. ‘식사 시간이 즐겁다’고 말씀하신 할머니는 한 분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시설 ‘나눔의 집’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시설 ‘나눔의 집’의 모습. 연합뉴스
주거 환경도 열악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2010년 10월 보일러 고장으로 생활관 내 할머니들 방에 물이 쏟아지는 일이 있었다. 당시 ‘수요집회’를 다녀온 박옥선(96) 할머니는 일주일 동안 장판이 벗겨진 방, 즉 콘크리트 바닥이 그대로 노출된 방에서 지냈다”면서 “박 할머니는 당시 침대 말고는 아무것도 없던 방 안에서 불안한 얼굴로 혼자 계셨다. 그런 방에 할머니를 지내게 하는 것이 학대로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생활관은 비가 오면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일이 빈번했다”면서 “그러다 보니 배춘희 할머니(2014년 별세·91)는 다리가 아파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무섭다’며 계단(할머니들 방은 1층, 식당은 2층에 위치)으로 오르내리셨다”고 전했다.

무라야마씨는 시설 운영진이 평소 할머니들을 자주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관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할머니가 직원들을 부를 때도 당시 안신권 소장과 김정숙 사무국장은 계속 사무실에만 있었다”면서 “운영진들이 할머니 방을 찾아가 이야기하는 걸 보지 못했다. 할머니들을 관리 대상으로만 대했다”고 지적했다.

무라야마씨는 2010년쯤부터 시설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고, 운영진과의 갈등이 심해졌다고 했다. 그는 결국 2010년 12월 해고 통보를 받았고, 이듬해 3월 나눔의 집을 떠났다.

그동안 나눔의 집 문제가 공론화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무라야마씨는 “조계종 스님들(나눔의 집 법인 이사회)이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를 운영진한테만 맡겨버리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 ‘나눔의 집’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 ‘나눔의 집’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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