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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주의’, ‘폭발 위험’, ‘화재 위험’… 깡그리 무시당한 6번의 경고

‘화재 주의’, ‘폭발 위험’, ‘화재 위험’… 깡그리 무시당한 6번의 경고

이성원 기자
입력 2020-04-30 22:14
업데이트 2020-05-0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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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피해 컸나…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안전공단 현장확인 통한 지적 개선 안 해
우레탄 작업 땐 다른 작업 않는 게 원칙
공기 단축 위해 무리한 공사 했을 수도
지하 폭발인데 지상 인명 피해 유독 심해
대피로 없이 공사하다 화 불렀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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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 사망’ 이천 물류창고 화재현장 감식
‘38명 사망’ 이천 물류창고 화재현장 감식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0.4.30 연합뉴스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최소 38명이 사망한 가운데 앞으로 풀어야 할 의혹들이 여전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화재 정황을 봤을 때 인재(人災)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정부로부터 수차례 화재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받았지만 시공업체는 지적받은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발화 지점은 지하 2층인데 지상 2층에 있던 대규모 인력이 피하지 못한 점과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는지도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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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기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현장에 공사 순서와 필요한 재료, 시공 방법 등이 적힌 시방서가 나뒹굴고 있다. 시방서대로만 작업했다면 지난 29일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 사고가 나지 않아 근로자 38명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30일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기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현장에 공사 순서와 필요한 재료, 시공 방법 등이 적힌 시방서가 나뒹굴고 있다. 시방서대로만 작업했다면 지난 29일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 사고가 나지 않아 근로자 38명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30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물류창고 공사업체에 화재 등 유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총 35건의 지적을 했다. 공사업체가 공단에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6회(서류심사 2차례·현장 확인 4차례)에 걸쳐 심사·확인한 결과다. 이 계획서는 2008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등이 발생하자 후속 대책으로 도입된 제도로 건설공사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나 위험요인에 따른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작성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5월 17일 공정률 14%였을 때 “향후 용접 작업 등 불꽃 비산에 의한 화재 발생 주의” 지적을 받았고, 공정률이 60%까지 올라간 지난 1월 29일에도 “향후 우레탄폼 패널 작업 시 화재 폭발 위험 주의” 지적을 받았다. 공정률이 75%를 기록한 지난 3월 16일 역시 “향후 불티 비산 등으로 인한 화재 위험 주의” 경고를 받았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 공사는 지난해 4월 1일 시작돼 오는 6월 30일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었다. 공사 계획 이후 4번의 조건부 적정(17건 지적)과 1번의 부적정(행정조치·14건 지적), 1번의 보완요청(4건 지적)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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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시점 기준 공정률은 85%다. 공기 단축 등 무리한 공사가 화재의 원인이 됐는지 여부도 풀어야 할 과제다. 건물의 벌어진 틈을 메울 때 사용하는 우레탄폼 작업은 기름 증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레탄폼 작업을 할 때는 그 외 작업은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유증기 농도가 1~7%가 되면 스파크나 마찰, 담뱃불 등에 의해 쉽게 발화될 수 있어 조그마한 불씨라도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하 2층에선 우레탄폼 희석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화재 당일 9개 업체 78명이 한꺼번에 지하 2층~지상 4층에서 작업했다. 최소한 유증기를 빼기 위해 대형 선풍기라도 돌렸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유증기 폭발은 지하 2층(4명 사망)에서 시작됐는데, 폭발에 의한 파손이 심하지 않았던 2~4층에 있었던 작업 인력들이 신속히 피하지 못한 것도 의문이다. 2층 이상은 화염에 의한 소실은 적고 그을음만 확인됐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상황 전파 등 비상대응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20-05-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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