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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한 듯 생동감 불어넣듯… 밤 잊은 40분 시대를 위로하다

처연한 듯 생동감 불어넣듯… 밤 잊은 40분 시대를 위로하다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20-04-27 18:02
업데이트 2020-04-28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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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유튜브 공연 끝낸 조성진

도이치 그라모폰 ‘모멘트 뮤지컬’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등 3곡
4만 8000명 이상 동시 접속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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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마이스터홀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독주회는 코로나19로 슬픔에 빠진 세계인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4만 8000여명의 관객이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캡처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마이스터홀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독주회는 코로나19로 슬픔에 빠진 세계인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4만 8000여명의 관객이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캡처
지난 26일 오후 4시(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고풍스러운 콘서트홀에 피아니스트 조성진(26)이 들어왔다. 무대 위에는 피아노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관객은 한 명도 없다. 연주를 영상으로 기록할 카메라 몇 대와 조명만이 콘서트홀을 채웠다. 전 세계에서 공연 티켓 예매가 시작되면 몇 분 만에 매진시키는 그에게는 낯선 경험일 터. 멀리 떨어져 있는 카메라 감독의 신호에 그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베를린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조성진입니다. 저의 온라인 콘서트를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조곤조곤 공연 설명을 이어 갔다. “오늘 연주할 3곡 중 첫 곡은 브람스의 인테르메조 6번입니다. 요즘 저는 특히 이 곡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데, 불확실하고 비극적인 상황 때문입니다. 이 두 단어(불확실과 비극)는 이 곡을 대표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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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마이스터홀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독주회는 코로나19로 슬픔에 빠진 세계인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4만 8000여명의 관객이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캡처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마이스터홀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독주회는 코로나19로 슬픔에 빠진 세계인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4만 8000여명의 관객이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캡처
한국의 직장인들이 가장 우울해한다는 시간인 일요일 밤 11시. 시간과 돈이 있어도 표를 구하지 못해 연주회 ‘직관’이 어려운 그의 공연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시간대에 사는 세계인들이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세계 최대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기획한 온라인 콘서트 ‘모멘트 뮤지컬’(Moment Musical) 유튜브 채널에는 이른 시간부터 많은 온라인 관객이 모여 연주자를 기다렸다.

연주회는 베를린의 유서 깊은 클래식 콘서트홀인 ‘마이스터홀’에서 진행됐고, 도이치 그라모폰은 기술적 문제와 방송 안정성 등을 이유로 ‘지연 생중계’ 형태로 공개했다.

첫 연주는 조성진이 소개한 것처럼 무겁고 처연하게 흘러갔다.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애도하고 위로하는 연주였다. 그러나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았다. 조성진은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와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을 이어 연주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두 곡 모두 다음달 8일 발매되는 그의 새 앨범 ‘방랑자’(The Wanderer)에 수록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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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마이스터홀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독주회는 코로나19로 슬픔에 빠진 세계인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4만 8000여명의 관객이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캡처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마이스터홀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독주회는 코로나19로 슬픔에 빠진 세계인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4만 8000여명의 관객이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캡처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만난 조성진의 연주는 클래식홀에서의 울림과 감동은 덜했지만 생생한 표정과 거친 호흡, 격렬한 연주에서 흐트러지는 머리칼까지 담아내며 생동감을 더했다. 현란한 기교로 몰아치는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은 실시간으로 4만 8000명이 넘는 관객이 깊은 밤을 잊고 지켜봤다. 유튜브 채널 실시간 채팅창에는 “코로나로 일상은 잃었지만 너무 귀한 시간도 얻었다”, “일요일 늦은 밤에 귀 호강하고 한 주를 시작한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연주는 40분가량 이어졌으며, 도이치 그라모폰은 이 영상을 27일 오후 11시까지 유튜브 채널에 올려 둔 뒤 비공개로 전환하고 다음 연주회를 이어 갈 예정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20-04-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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