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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 차이나’ 의료물품의 굴욕…세계 각국서 줄줄이 퇴짜

‘메이드인 차이나’ 의료물품의 굴욕…세계 각국서 줄줄이 퇴짜

김규환 기자
입력 2020-04-24 16:01
업데이트 2020-04-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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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국 남서부 쓰촨성 쑤닝시의 한 마스크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거쳐 나온 의료 마스크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쑤닝 AP 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남서부 쓰촨성 쑤닝시의 한 마스크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거쳐 나온 의료 마스크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쑤닝 AP 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중국산 코로나19 대응 의료물품에 대한 불합격 판정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핀란드, 네덜란드, 스페인, 체코, 터키, 필리핀 등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에서 수입한 진단키트와 의료용 마스크 등 의료물품이 부적합 판정을 받는 바람에 줄줄이 퇴짜를 맞고 있는 것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캐나다는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에서 수입한 KN95 마스크를 ‘의료진 사용 기준 미충족’으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중국에서 수입한 KN95마스크 100만개가 최전선 의료진 사용을 위한 연방정부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에릭 모리셋 캐나다 공중보건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100만여 개의 마스크는 의료진이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 났다”며 “비의료 환경에서 이 마스크가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N95마스크는 미 보건 당국이 인증한 미세입자 차단 마스크인 N95마스크와 유사한 중국 모델이다.

이에 따라 캐나다 연방정부는 자국 내 물품 부족에도 불구하고 해당 마스크를 배포하지 않았다. 캐나다는 앞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KN95마스크 사용을 허가하고 관련 선적물을 검사해왔다. 캐나다는 영국과 스위스 등 여러 나라에서 자국용 PPE를 수입하고 있지만, 그중 7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KN95마스크 기준 미달 사태로 타격이 더욱 클 전망이다.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에서 보호용 마스크를 쓴 지상 승무원들이 중국 화물 수송기에서 의료물품을 하역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 연합뉴스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에서 보호용 마스크를 쓴 지상 승무원들이 중국 화물 수송기에서 의료물품을 하역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 연합뉴스
미국은 수입한 수만 개의 중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오염된 것으로 밝혀져 사용을 중단했다. 트리뷴뉴스에 따르면 미 워싱턴 의과대학은 코로나19 진단키트 부족 사태에 따라 중국 상하이 의료기업에 12만 5000 달러(약 1억 5000만원) 규모의 진단키트를 주문해 수입했다. 그런데 지난 16일 워싱턴대학의 한 관계자가 중국에서 수입한 코로나19 진단키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코로나19 의심 환자에게서 채취한 샘플을 보관하는 유리병 속 액체가 분홍색이 아닌 노란색이나 주황색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액체에서 박테리아가 자라고 있음을 뜻한다. 변색이 발견된 것은 일부에 불과했지만 대학 측은 보건 당국과 실험실 등에 나눠줬던 수만 개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모두 수거하기로 했다. 수입을 알선한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문제가 발생한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해 환불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핀란드는 중국에서 대량 구매한 마스크가 불량품으로 판정된 것과 관련해 국가비상공급국 수장의 사표를 받았다. 핀란드 국가비상공급국은 마스크 등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물자와 장비를 확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2009년 일명 ‘돼지독감’으로 불렸던 H1N1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이후에는 수백만개의 마스크를 비축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위기에 대비해 비축물자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 21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국제공항에서 근로자들이 중국에서 지원한 의료물품을 내리고 있다.
지난달 21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국제공항에서 근로자들이 중국에서 지원한 의료물품을 내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가비상공급국은 최근 중국에서 1000만 유로(약 133억원) 규모의 보건용 마스크를 구매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첫 물량으로 도착한 수백만 개의 수술용 마스크는 품질이 떨어져 병원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토미 로우네마 비상공급국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밝히자 로우네마 국장은 10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사직서는 그대로 수용됐다.

네덜란드 보건부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중국 제조업체가 공급한 마스크가 1·2차 시험 모두에서 품질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판명돼 전량 사용하지 않고 리콜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공영 NOS방송은 중국 업체가 공급한 마스크가 착용한 사람의 얼굴에 밀착되지 않거나 필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결함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산 진단키트를 대량 수입한 스페인과 체코에서는 ‘제품의 정확도가 30% 미만’ ‘80%가 불량’이라는 불만이 줄을 이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스페인 전염병·임상 미생물학회는 중국 ‘선전 바이오이지 바이오테크놀러지’사에서 수입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검사한 결과 정확도가 30%에도 못 미친다고 공개했다.

필리핀에서도 진단키트 불량 문제가 불거졌다. 필리핀 마리아 로사리오 베르게이어 보건부 차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진단 키트와 비교할 때 중국산 키트의 정확도가 40%에 불과해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체코 역시 중국산 진단 키트를 이용한 검사 결과의 80%에서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고 터키 정부도 중국에서 들여온 코로나19 진단 키트의 샘플을 검사한 결과 정확도가 30∼35%에 불과해 사용을 거부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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