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달콤한 사이언스] 박쥐와 코로나바이러스 수백만년간 함께 진화했다

[달콤한 사이언스] 박쥐와 코로나바이러스 수백만년간 함께 진화했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04-23 17:39
업데이트 2020-04-24 07:3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박쥐의 숫자만큼이나 코로나 바이러스 종류나 변이도 다양

코로나 바이러스의 저장고,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의 저장고, 박쥐
코로나19의 원인바이러스를 포함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 종류와 개체수 만큼이나 많고 다양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쥐가 갖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와 함께 수 백만년동안 공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는 없지만 언제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을 공격할지 모른다.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제공
기후와 상관없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감염병 코로나19는 박쥐에게서 천산갑을 거쳐 사람에게 옮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쥐는 이번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발시킨 원인 동물로도 지목받고 있다. 실제로 박쥐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해 다양한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바이러스 저장고’로 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독 코로나19 유발 바이러스가 전염력이 강하고 치명적인 이유에 대해 과학자들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레니위옹대, 열대도서환경감염연구프로그램(PIMIT),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모잠비크 에두아르두 몬들라르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대, 모리셔스 국립공원·환경보호국, 세이셸 보건국, 파라과이 국립보건원(INS) 공동연구팀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유발 바이러스를 포함해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와 함께 수 백만년 동안 진화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23일자에 발표했다.

최근 코로나19 대확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하면 ‘COVID-19’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종류와 변종은 다양하다. 사람을 포함한 다른 포유류가 갖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종류보다 박쥐가 보유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훨씬 더 많다. 박쥐가 갖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대부분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감염될 위험 역시 정확치 않은 상태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박쥐가 갖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팀은 서인도양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서식하는 박쥐 36개 종 수 천마리에게서 혈액과 체액을 채취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계통과 종류, 변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번에 분석 대상이 된 박쥐의 8% 정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들이 검출됐으며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코로나 바이러스 보유 박쥐의 비율은 달라진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미지 확대
연구팀은 새로운 4개 종(種)의 잎코박쥐를 발견했다. 잎코박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로 알려진 관박쥐와 매우 가까운 친척뻘 종으로 분류된다.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제공
연구팀은 새로운 4개 종(種)의 잎코박쥐를 발견했다. 잎코박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로 알려진 관박쥐와 매우 가까운 친척뻘 종으로 분류된다.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제공
연구팀은 박쥐에서 검출한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와 돌고래, 알파카, 사람에게서 검출한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를 비교해 바이러스의 가계도를 작성했다. 바이러스 가계도 분석에 따르면 박쥐들이 갖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종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지리적 환경에 따라서도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박쥐의 종, 더 나아가서는 박쥐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아주 드물게 다른 종의 박쥐들이 서식지를 공유할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를 공유하는 경우가 있으며 종간 바이러스 교환 과정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쉽게 변이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 박쥐들이 갖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다른 동물들이 갖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종류와 변이가 많고 훨씬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바이러스와 박쥐가 함께 진화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에게는 해를 끼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도 연구팀은 설명했다.

스티브 굿맨 필드자연사박물관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와 박쥐 사이에는 오랜 진화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균주와 이를 보유한 박쥐의 유전적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과정을 더 잘 파악하게 됐으며 공중보건 측면에서 대응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