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노숙자들이 무료 배식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요하네스버그 AP 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령으로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불타는 타이어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과격한 시위를 벌여 민중봉기 수준으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인근 흑인밀집지구인 미첼스 플레인 타운십에서 지역사회 리더로 활동하는 조아니 프레데릭스는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정부 지원을 요청하며 이렇게 호소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님, 우린 식량 위기 한가운데 있습니다. 여긴 전쟁터입니다.”
프레데릭스는 이날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음식을 요리하면서 대통령에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5주간의 봉쇄령 때문에 “사람들이 가게에 침입하고 다른 사람들을 공격한다. 단순한 이유는 배고프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35일간의 봉쇄령이 4주 차에 들어가면서 가난한 지역사회는 식량 부족에 직면했다. 날품팔이 등 비공식 부문 근로자들의 수입이 거의 끊긴 탓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봉쇄령은 가뜩이나 현금에 쪼들린 시민들을 더 쪼들리게 만들었다. 프레데릭스와 같이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자선 식품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그녀는 처음에 어린이와 장애인, 연금수령자 등 취약계층을 상대로 음식을 나눠줬지만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며 주민들이 너무 몰려 빈손으로 보낼 때가 있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더욱이 정부 당국에서 배급하는 식량 꾸러미를 놓고 폭력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미첼스 플레인에서 식량 꾸러미가 제대로 배달되지 않자 수백 명의 성난 시민들이 경찰과 대치, 돌을 던지고 불타는 타이어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해산을 시도했다. 줄리안 메이 웨스턴케이프대학 식량안보우수센터 국장은 “우리 중 많은 이는 (봉쇄령에) 집에서 살이 찌지만 진짜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이는 남아공의 불평등에 대해 잘 웅변해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음식 꾸러미를 받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받았다고 하면 사람들은 반응하기 시작한다. 빈곤지역 사람들에게 음식 배급을 보다 신속히 하지 않으면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토요일 인도 뭄바이에서 어린이들이 무료 음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뭄바이 AP 연합뉴스
하지만 봉쇄 조치 연장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주로 건설 현장 등에서 떠돌며 일하거나 빈민가에 사는 이들은 뭄바이 반드라 기차역 인근으로 몰려 나왔다. 순식간에 시위 군중은 수천 명으로 불어났다. 도로를 점령한 이들은 “일을 하지 못해 집 임대료를 낼 돈이 없다”, “음식도 충분히 먹지 못해 배가 고프다”며 항의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차편을 지원해달라거나 식품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찰 수십 명은 몽둥이로 시위대를 무력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뒤엉켰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대규모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뭄바이 이외에도 하이데라바드, 수라트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봉쇄 연장에 대한 노동자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9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시장 밖에 전시된 ‘얼굴 마스크를 쓰고 아프지 않게 하여라’는 밑단 현수막이 걸린 빈 관을 지나던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마닐라 AP 연합뉴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