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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훼방꾼’ 개 배설물 가려낸다…‘분석(糞石) ID’ 개발

고고학 ‘훼방꾼’ 개 배설물 가려낸다…‘분석(糞石) ID’ 개발

입력 2020-04-18 15:44
업데이트 2020-04-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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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장내 미생물 변천사 연구·개 가축화 시점 확인 등에 도움

중국 안후이성에서 발굴된 배설물 화석.  안후이성 문물고고연구소, Jada Ko 제공/연합뉴스
중국 안후이성에서 발굴된 배설물 화석.
안후이성 문물고고연구소, Jada Ko 제공/연합뉴스
고대 배설물 화석은 고고학적 보고(寶庫)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장내 미생물 환경이나 기생충 등에 관한 정보를 얻어 수천, 수만 년 전에 무엇을 먹고 건강 상태는 어땠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배설물 화석의 주인이 누구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1만5천여년 전에 가축화한 개의 배설물은 사람 것과 크기나 형태가 비슷하고 발굴되는 지역도 인간이 살던 지역과 비슷해 분간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사람이 기르던 개를 잡아먹고, 개는 사람의 배설물을 먹어 단순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이를 가려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고학 연구의 훼방꾼처럼 된 이런 개의 분석(糞石·coprolite)을 인공지능의 기계학습 기능을 이용해 쉽게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과학 연구소(MPI-SHH)와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 매거진’ 등에 따르면 고대 미생물 진화를 연구해온 미국 하버드대학 인류학 조교수 크리스티나 워리너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인간과 개의 배설물 화석을 구분할 수 있는 ‘분석 ID’(CoproID)를 개발해 생물·의학 분야의 오픈 액세스 저널인 ‘피어(Peer) J’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고대 숙주 DNA 분석 결과와 현재 배설물 내에 있는 미생물군에 관해 기계학습을 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분석ID를 만들었다. 이를 이용해 사람과 개의 배설물 화석을 가려낼 수 있는 믿을만한 결과를 얻어낸 것으로 보고했다.

연구팀은 7천년 전 중국 농촌마을에서 발굴된 배설물 화석부터 400년 전 영국 남부 주택에서 발견된 배설물까지 총 13개의 샘플을 분석해 이 중 5개는 인간, 2개는 개의 배설물로 확실하게 가려냈다. 특히 영국의 17세기 건물을 개축하는 과정에서 지붕 근처 요강에서 발견돼 수십년간 인간 배설물 유물로 지역 박물관에 전시됐던 샘플이 개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고 한다.

이 논문의 책임저자인 워리너 박사는 이와 관련, “고고학 기록들이 개똥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닫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분석ID를 이용해 배설물 화석의 주인을 정확히 가려낼 수 있게 됨에 따라 인간의 장내 미생물의 구조와 기능의 변천사를 직접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은 거주하는 지역과 식단 등에 영향을 받고, 관절염이나 당뇨병 등 질병과도 연관돼 있는데 배설물에 그 흔적이 남아있어 이를 고고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배설물 화석 내 아마란스 꽃가루 알갱이 전자현미경 이미지. 칼 라인하르트 제공/연합뉴스
배설물 화석 내 아마란스 꽃가루 알갱이 전자현미경 이미지.
칼 라인하르트 제공/연합뉴스
연구팀은 인간과 개의 장내 미생물에 관한 자료가 늘어날수록 분석ID의 정확도도 높아져 배설물 화석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논문 제1저자인 MIP-SHH 박사과정 대학원생 막심 보리 연구원은 “인간의 배설물을 가려내는 것은 고대 인류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하는 첫걸음”이라면서 “(애완용 개 사료를 먹지 않는) 서구화되지 않은 도시 개들의 장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총체적 게놈(메타게놈)에 관한 자료를 추가하면 개의 배설물 화석을 더 정확히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가 개의 가축화 시기를 정확히 가려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개는 1만5천년 전 이전에 가축화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확실치는 않은데 육식성 늑대에서 잡식성 개로 바뀌는 과정의 장내 미생물 변화를 연구하면 이를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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