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자정이 “자시(子時)의 한가운데. 밤 열두 시를 이른다”고 돼 있다. ‘그날 밤’으로 인식하게 하는 풀이다. 한데 ‘훈민정음 국어사전’에는 ‘밤 12시’가 아닌 ‘0시’라고 돼 있다. 새날의 시작을 의미한다.
사전마저도 ‘밤 12시’와 ‘0시’로 다르게 풀이해 놓을 정도로 ‘자정’은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일상에서야 불편할 게 없다지만, 특정한 상황에서는 크게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 4일부터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외국인들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모든 언론 매체가 이 소식을 발빠르게 전했다.
그런데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도 자정을 ‘밤 12시’로 보는 쪽에서는 ‘3일 자정’으로, ‘0시’로 보는 쪽에서는 ‘4일 자정’으로 알렸다. 자정을 ‘밤 12시’로 보는 독자들에게는 하루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혼란을 피하기 위해 ‘4일 0시’라고 한 곳들도 있다.
oms30@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