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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서 신한은행 통장 업무 본다…카카오·케이뱅크 웃는 이유는?

국민은행서 신한은행 통장 업무 본다…카카오·케이뱅크 웃는 이유는?

장은석 기자
입력 2020-01-27 15:34
업데이트 2020-01-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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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창구 모습
은행 창구 모습 여의도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 등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DB
이르면 올 하반기에 어느 은행 창구에 가도 다른 은행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을 입출금하거나 송금, 조회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모바일뱅킹으로 시작한 ‘오픈뱅킹’을 전국 은행 점포의 오프라인 서비스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금융자산 조회와 이체만 가능한 오픈뱅킹에 금융부채(대출) 조회를 비롯한 다른 기능도 탑재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이런 내용의 ‘오픈뱅킹 고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관련 연구 용역 입찰도 공고해 상반기에 결과가 나온다.

오픈뱅킹은 은행 간 장벽을 허물어 고객이 한 은행이나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모든 은행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까지 가능한 서비스다. 오픈뱅킹 고도화 방안의 핵심은 은행 점포로 오픈뱅킹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예컨대 국민은행이 주거래 은행인 고객이 국민은행 통장을 들고 신한은행에 가서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뱅킹이 어려운 노인이나 농협 외 다른 은행이 없는 지방 주민들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은행권의 속내는 다르다. 타행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노림수가 담겨 있다. 현재 오픈뱅킹은 고객만 모바일뱅킹을 이용해 본인의 금융자산을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다. 오픈뱅킹 서비스를 은행 점포로 확대하면 은행 직원들도 고객의 금융자산 정보를 다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에 수억원의 돈을 맡긴 고객이 신한은행 창구에 오면 신한은행 직원이 이를 확인한 뒤 금리가 더 높은 자사 상품 가입을 권유할 수 있다. ‘산토끼’인 타행 고객을 잡기 위한 은행 간 무한경쟁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3자인 은행 직원이 고객의 금융자산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면서 “타행 고객 유치가 쉬워져 일부 은행들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잔액조회와 거래내역조회, 입금이체, 출금이체, 송금인 정보조회, 계좌 실명조회 등 6개의 기존 오픈뱅킹 기능에 대출액 조회를 비롯한 추가 기능을 넣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출액 조회 기능을 추가하면 은행 점포로 오픈뱅킹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과 맞물려 은행들이 고객의 타행 대출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고객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현황을 조회한 뒤 금리가 더 낮거나 한도가 더 많은 자사 대출상품으로 끌어올 수 있어 대출고객 유치 경쟁까지 촉발될 전망이다.

부작용도 우려된다. 모바일뱅킹에 서투른 고령층이 주요 고객이 될 텐데, 은행권 과당 경쟁으로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도 은행들이 치매노인에게 고위험 DLF를 판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런 일이 또 터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전 동의한 고객에게만 은행 점포 오픈뱅킹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을 비롯해 은행 간 협의를 거쳐 부작용 예방법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에만 좋은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최대 약점이 점포가 없다는 것인데 가만히 앉아서 점포를 갖게 돼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비용 중 가장 큰 게 점포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인데 인터넷은행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며 “시중은행들도 굳이 수많은 점포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돼 지점과 창구 직원 수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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