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원더키디] <1>한국여자탁구 미래 신유빈
5살 TV 출연… 현정화와 맞대결로 주목당시 키 90㎝, 69㎝ 탁구대 위로 머리만
만 14세 11개월, 최연소 국대 타이틀 따내
탁구계 “신동 뛰어넘어 괴물” 칭찬 세례
세계선수권·도쿄올림픽 선발전 정조준
“메달 따서 응원한 가족에게 나눠주고파”
한국 여자 탁구의 미래 신유빈은 탁구 관련 최연소 기록을 몽땅 갈아치우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예선 선발전을 앞두고 세밑에 경기 김포시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만난 신유빈.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우리 유빈이가 이렇게 컸어요.” 2018년 12월 제주 사라방체육관에서 열린 제72회 종합탁구선수권대회 이후 약 1년 만에 만난 신수현 수원탁구협회 전무는 ‘막내’ 유빈이 자랑을 잔뜩 늘어놨다. 그러고 보니 키가 부쩍 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에 빛나는 현정화 마사회 감독과 맞대결을 펼치던 어릴 때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얼굴 한쪽에 남아 있는 젖살이 그를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한국 여자 탁구의 미래 신유빈은 탁구 관련 최연소 기록을 몽땅 갈아치우고 있다. 5세 때인 2009년 현정화 감독과 맞대결을 벌인 슈퍼리그 개막전.
월간탁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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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 동안 신유빈은 쑥쑥 컸다. 1년 전 165㎝를 넘어선 키가 지금은 3㎝가 더 자라 168㎝가 됐다. 세밑 경기 김포시 원당동 대한항공 훈련장에서 만난 신유빈은 “키가 크는 건 좋은데, 지난 2년 사이 갑자기 훅~ 크다 보니 스매싱 타점을 잡는 데 좀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엄살에도 불구하고 키만큼 기량도 쑥쑥 컸다.
신유빈은 국내 탁구 최연소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주인공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13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종합선수권 여자 단식 1회전에서는 9살 위 대학생 언니를 상대로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4-0 완승을 거뒀다. 당시 탁구계에서는 “신유빈은 이제 신동을 뛰어넘어 괴물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반응을 내놨다.
한국 여자 탁구의 미래 신유빈은 탁구 관련 최연소 기록을 몽땅 갈아치우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인 2011년 교보생명대회 결승전.
월간탁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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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탁구의 미래 신유빈은 탁구 관련 최연소 기록을 몽땅 갈아치우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13년 회장기대회 결승전.
월간탁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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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은 2018년 11월 벨기에 오픈 여자단식 4강에 오른 데 이어 12월 국내 종합선수권에선 조대성(17·대광고)과 함께 혼합복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모두 최연소 기록이다.
별명을 물었더니 한참을 생각하다 ‘신똘’이라고 대답했다. 신유빈은 “아빠 탁구장에서 다섯 살 때 탁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라켓만 잡으면 웃는 버릇이 생기다 보니 친구들이 그런 별명을 지어 줬다”면서 “코치 선생님이 ‘진지하게 하라’고 인상 쓰시면 당황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런 ‘신똘’에게 올해는 지난 10년보다 더 중요한 해다.
오는 12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부산세계선수권 선발전을 겸한 도쿄올림픽 예선 선발전이 열린다. “올림픽 메달을 여러 개 따서 엄마, 아빠, 언니한테 골고루 나눠 주고 싶다”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신유빈은 “만약에, 아주 만약에 올림픽 메달을 따면 저보다 저를 더 응원해 준 사람들이 더 기뻐하지 않을까요. 제가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기분 좋은 일일 것 같아요.” 신유빈은 부쩍 자란 키만큼 기특한 생각을 할 줄도 아는 ‘탁구 소녀’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0-01-01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