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종부씨 “아버님 생전 사과 다행”
문무일 “과거 잘못 되풀이 않겠다”
문 총장은 이날 부산 수영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박 열사의 부친 박정기(90)씨를 찾아가 “사과 방문이 늦어진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은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활동을 시작한 지난달 초 문 총장이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요청해 이뤄졌다. 문 총장은 지난 2월 3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개인 자격으로 박씨를 찾기도 했다.
문 총장은 “1987년의 시대정신을 잘 기억하고 있다. 당시 민주주의냐 독재냐를 놓고 사회적 격론이 이뤄졌고 대학생들의 결집된 에너지가 사회를 변혁시키는 힘이 됐다”며 “그 시발점이자 한가운데 박종철 열사가 있었고 그 후 부친께서 아들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평생의 노력을 다해 오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1987년에는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이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를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하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성숙된 시민민주주의로 완성해 국민들에게 그리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지가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끝으로 “과거의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고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겠다”며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박씨는 “와 줘서 고맙다”고 답했지만 노환으로 기력이 약해진 탓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박 열사의 형 종부(59)씨는 “(검찰총장 방문은) 2009년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사과하라고 권고한 지 10년 만”이라며 “아버님 생전에 사과를 받게 돼 다행이다. 고맙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6·10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에서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을 규명해야 할 과거사로 분류돼 사전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