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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평창올림픽 훈풍 타나…북핵 진전없인 한계

남북관계, 평창올림픽 훈풍 타나…북핵 진전없인 한계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01 15:57
업데이트 2018-01-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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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관계 개선해 사변적 해로 빛내야”…남북체육회담 열릴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등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유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꽉 막혀있던 남북관계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북핵문제가 여전한 이상 본격적인 관계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대남 메시지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전향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을 “절박한 시대적 요구”로 규정하며 “북남관계를 개선해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이야말로 북과 남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북남관계를 개선하며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해 문재인 정부와 새롭게 남북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음도 시사했다.

통상 북한의 신년사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 담겨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북남관계 개선은 평화와 통일에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며 온 겨레의 절박한 요구”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이를 위한 행동에는 전혀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남북관계에 있어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예년보다 더 적극적인 데다 남북이 정치적 부담 없이 화해 분위기를 나눌 수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목전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평창올림픽)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올림픽 참가를 위해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와일드카드 부여에 대한 협의가 선행돼야 하지만, IOC가 이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상당히 가시화된 분위기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우리 정부가 한반도 정세를 대화의 흐름으로 바꿔놓을 결정적 요인으로 여기고 크게 공들여 온 사안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에 화답하는 모양새로도 읽힌다.

정부는 앞으로 북한과 체육회담을 통해 선수단 숙소와 방한 경로, 응원단 문제 등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필요한 세부사항들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당국회담이자,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2년여만의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북한의 화해 제스쳐에 호응해 한미군사연합훈련을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기간과 겹치지 않게 연기하는 문제도 조만간 확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7월 제안했지만,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했던 남북군사당국회담도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무엇보다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여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우리가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하면서 내건 회담 의제와 일맥상통한다.

또 김정은이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 북한이 제한했던 민간단체의 방북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집행 시기를 잡지 못했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지원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유엔 인구기금(UNFAP)의 북한 인구총조사 지원도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UNFPA는 우리 정부에 600만 달러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는 있어도 본격적인 관계개선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번 신년사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신호가 전혀 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서둘렀다간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제재 강화 분위기를 해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북한이 급작스럽게 남북관계에 대한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장 한미연합훈련이 취소가 아닌 연기가 검토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훈련이 열리는 시점에 이를 문제 삼으며 남북관계를 틀어버릴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우리민족끼리’를 여러 번 강조하며 남측이 외세에 의존하지 말라고 촉구했는데, 북한은 우리가 대북제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미국의 제재책동에 놀아난다’며 물고 늘어질 여지가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이번 김정은의 신년사를 골든타임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김정은의 적극적인 표현과 의지에 대한 화답으로 체육 관련 부문에 집중해 대북 특사 파견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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