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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잠 못 들고 지갑 닫아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잠 못 들고 지갑 닫아

입력 2017-01-01 10:34
업데이트 2017-01-0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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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만에 120원 넘게 올라…10월 유학비 송금 급감

#1.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A 부장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마이너스통장을 다시 만들었다.

큰딸이 작년 9월부터 아이비리그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송금액이 자꾸 커지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가진 아이의 꿈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에 유학을 허락했다”며 “아이 유학에 대비해 달러를 조금씩 비축해 그럭저럭 버텨 왔지만, 앞으로 이렇게 환율이 계속 오르게 되면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것 같다”며 걱정했다.

#2.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는 주부 B 씨. 아토피에 고생하는 아이 때문에 해외의 특정 브랜드 비타민을 사 온 그는 예전보다 자주 해외 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다. 할인 행사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B 씨는 “환율이 오르고 있어 제품을 사기가 부담스럽다”며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할인에 의지해야 하는데, 할인은 상품별로 돌아가면서 한다. 그래서 사이트를 계속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으로 1,210.5원까지 올랐다.

작년 3월 9일(1,216.2원) 이후 9개월여 만에 1,210원을 돌파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계속 지연된 영향으로 작년 9월 7일에는 원/달러 환율 종가가 연중 최저치인 1,090.0원까지 떨어졌다가 불과 석 달여 만에 120.5원(11.1%)이나 오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게다가 미국이 12월 정책금리를 인상한 데다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올해에 정책금리를 세 차례 더 올릴 것이라고 시사함에 따라 달러화 강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촉발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해외 유학 송금액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작년 1~10월 한국 유학생(어학연수, 교환학생 포함)의 학비와 체류비 등으로 해외에 나간 금액은 29억8천650만달러다.

전년인 2015년 같은 기간 31억4천830만달러보다 1억6천180만달러(5.2%) 줄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상승 무드를 탄 작년 10월에는 송금액이 1억8천32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전년 10월(2억5천600만달러)에 견줘 28.4%가 줄어든 것이다.

해외 직구족들도 구매를 위한 마우스 ‘클릭’을 꺼리고 있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작년 11월 25∼26일 열린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전년보다 해외 직구 이용 건수가 줄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해외 온라인 쇼핑몰(아이튠스 등 앱 장터 제외)에서 KB국민카드로 결제한 건수는 일평균 7천900건으로 전년보다 소폭(33건) 감소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관심에 비춰 시장의 기대치보다는 낮은 수치다. 환율 급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수입업체들도 어려움에 부닥쳐있기는 마찬가지다.

태블릿 PC를 수입해서 주로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C사는 가뜩이나 불경기로 순이익이 떨어지고 있는데 환율 급등 탓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C사의 사장은 “작년 상반기에는 상황이 괜찮았으나 하반기에 나빠졌고 올해가 더 걱정”이라며 “하반기에 환율이내리기를 기다리면서 송금을 최대한 미뤘는데 올해 상반기까지 환율이 오른다는 소식에 어쩔 수 없이 최근 거래 업체에 송금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도 씀씀이를 줄이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국내 거주자가 외국에 체류하면서 숙박, 음식, 물건 구매 등에 지출한 금액은 17억8천650만달러로, 작년 동기(19억5천980만달러)보다 8.8% 줄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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