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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불펜투수론’ 던지고 링 위로…文-安 ‘선의의 경쟁’

안희정 ‘불펜투수론’ 던지고 링 위로…文-安 ‘선의의 경쟁’

입력 2016-09-01 15:16
업데이트 2016-09-0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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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마음 굳혔다. 이번에 나오겠다”…文측 핵심인사·추미애 대표 등에 ‘결심통보’친노의 분화 새 국면…빨라지는 야권 대권시계

야권의 잠룡으로 불려온 안희정 충남지사가 1일 “친문도 비문도 뛰어넘겠다”, “김대중 노무현의 못다이룬 역사를 완성하겠다”며 내년 대선에 도전장을 던졌다.

“몸을 풀고 있겠다”며 스스로 거론해오던 ‘불펜투수론’을 접고 링 위에 올라온 셈이다.

안 지사의 대권 도전은 8·27 전당대회 이후 예고돼왔던 야권 대선국면의 조기 진입이라는 의미 외에도 현재 야권내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설정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적 뿌리로 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경쟁자’로 바뀌게 됐다는 점에서다. 같은 가문에서 지내온 ‘노무현의 후예’들끼리 맞붙는 ‘선의의 경쟁’이다.

이는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자연스럽게 진행돼온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분화가 또다른 분기점을 맞으며 가속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친노진영의 주류가 문 전 대표를 중심축으로 하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안 지사의 대권도전을 고리로 세력지형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 지사는 최근 대권 도전 결심을 굳히고 지난 주말 전대 이후 당 안팎의 원내외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결심을 굳혔다”, “이번 대선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D데이’를 연말로 잡았지만 흐름이 빨라졌다.

추미애 대표에게도 당선 축하인사를 겸해 대권 도전 의사를 전달했다고 복수의 야권 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이 전대 직후인 지난달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자격으로 미세먼지 특강을 하기 위해 충남도청에 내려왔을 때 오찬을 함께 하며 “이번에 나오기로 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는 이 자리에서 “여러가지 상황과 미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나름대로 새로운 비전을 많이 준비했다. 국민에게 그런 걸 좀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이번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지사측 핵심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에게는 예의를 갖춰 적절한 시점에 직접 만나뵙고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 아우가 형을 만나 말하듯 신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홍 의원을 만난 지난달 29일 상경, 충청의 박완주 김종민 조승래, 수도권의 정재호 의원 등 당내 친안(친안희정) 인사들과 심야 회동을 하고 향후 전략 및 의원간 역할분담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권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더라도 지사직은 일단 유지하는 것으로 내부에서 정리가 됐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둘 다 노 전 대통령과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서로 오랜 인연을 이어왔지만, 한 사람은 ‘노무현의 친구’, 다른 한 사람은 ‘참모 출신’으로 살아온 길도 다른 궤적을 걸어왔다.

안 지사가 출사표를 던진 것을 두고 양쪽 모두 ‘선의의 경쟁’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진보개혁층에서 단단한 지지를 받으며 야권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와 지역적으로 충청이라는 중원, 이념적으로는 중도를 품고 있는 안 지사와의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거두며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인간적 신뢰와 존중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도 강조한다.

친문진영으로의 쏠림 현상 속에 ‘이대문’(이대로 가면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가 된다는 뜻의 신조어)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안 지사의 도전으로 경선의 역동성이 높아지면서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측 핵심인사는 “안 지사의 출마를 환영한다”며 “충청권이라는 상징성을 비롯, 정책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안 지사와 만난 홍영표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같은 가문 출신이라고 해서 한 사람만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고 본다. 정책과 비전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면 될 것”이라며 “안 지사를 만나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도 지난해 5월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와 같은 좋은 후배들과 제가 경쟁할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큰 영광”이라며 “우리 당으로서는 아주 든든하고 기대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 지사측은 “단순히 페이스메이커가 되려는 게 아니다”라고 언급하는 등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한 핵심 관계자는 “각자 열심히 하면서 약진하면 된다. 감정싸움하거나 네거티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안 지사만의 스토리와 콘텐츠로 국민을 설득하면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페이스메이커를 하려고 했다면 문 전 대표 지지선언을 하지 왜 직접 출마를 결심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통합이라는 화두 등 분명히 차별화지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지사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은 국민 통합을 이야기 했다. 그 분들을 사랑하는 일이 타인을 미워하는 일이 된다면 그것은 그 분들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자세도 아니며, 스승을 뛰어넘어야 하는 후예의 자세도 아닐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친문 진영의 배타적 폐쇄성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그는 지난 6월 취임 6주년 기자회견 때 “나는 보조 타이어가 아니다”, “특정 후보의 대체재나 보완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안 지사의 출마를 계기로 향후 친노 진영의 세분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도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친문 쪽이 확고한 세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참여정부 출신 인사 가운데에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이병완 전 비서실장 등이 안 지사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 쪽으로 무게중심이 확 쏠려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당내 인사 일부는 관망하며 추이를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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