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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이어지는데…예적금에 묶인 126조원 퇴직연금

저금리 이어지는데…예적금에 묶인 126조원 퇴직연금

입력 2016-09-01 10:10
업데이트 2016-09-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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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형은 7%에 불과…가입자 98%가 일시금 수령 자동투자 ‘디폴트옵션’ 추진에도…갈 길 멀어

126조원 넘게 쌓인 퇴직연금의 90%가 정기예금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채권 같은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된 비율은 7.4%에 불과하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금리 하락과 맞물려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데도 이 비율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입자가 어디에 투자해달라고 별도로 지시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가입자 투자 성향에 맞는 적당한 상품에 투자되는 ‘디폴트 옵션’ 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퇴직연금 총 적립금 126조5천억원 가운데 114조5천억원(90.5%)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실적배당형 상품 적립금은 9조3천억원(7.4%), 대기성 자금 등 기타 상품은 2조7천억원(2.1%)이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원리금 보장형 상품 비중은 지난해 12월 말 89.2%에서 오히려 늘었다.

저위험·저수익 투자 관행이 노후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금 수급요건(55세 이상)을 채운 가입자의 98.3%(계좌 기준)는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타갔다. 연금 수령은 1.7%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미국·호주에서 성공한 디폴트 옵션 제도를 도입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고 일시금 수령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에선 퇴직연금 가입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확정기여형(DC형·개인에게 운용 책임이 있는 형태) 퇴직연금에 가입된다.

따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가입자 나이에 따라 주식투자 비중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타깃데이트펀드(TDF)’에 퇴직연금이 자동 투자된다. 미국의 디폴트 옵션 가입자 비중은 80%에 달한다.

호주에서도 가입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기업이 정한 기금에 가입된다. 운용방법을 선정하지 않을 경우 호주건전성감독청 승인을 받은 상품에 퇴직연금이 자동 투자된다.

국내 금융권도 디폴트 옵션 제도 도입을 건의하고 있다.

문제는 디폴트 옵션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믿고 ‘노후대비 수단’인 퇴직연금을 맡길만한 상품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복잡한 연금상품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개념이 간단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고 보고 금융회사들에 ‘대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도록 했다.

각 금융사가 개인의 자산 규모, 투자 성향, 연령 등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사례를 뽑아 퇴직연금 투자상품을 유형화하면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더 쉽게 다양한 연금상품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막상 퇴직연금 대표 포트폴리오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날 퇴직연금 사업을 하는 금융회사 45곳과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 담당 임원을 모아 간담회를 열고 “가입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퇴직연금 운용상품을 제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고객들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운용상품을 개발해 내놓으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가입자별 특성에 맞는 퇴직연금 운용방법을 6개월마다 1차례 이상 서면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가입자에게 전달해달라고 요구했다.

계열사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등 계약 조건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설정하는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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