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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기업들의 ‘나랏돈 도둑질’ 잡는 미국 부정청구법

공룡기업들의 ‘나랏돈 도둑질’ 잡는 미국 부정청구법

입력 2016-04-30 10:25
업데이트 2016-04-3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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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미 잡힌 화이자 등 속속 거액 배상…합의 후 ‘휘청’개인도 정부 대신해 소송 가능…환수액 30%까지 포상

연간 매출이 거의 50조원에 달하며 세계 제약업계 1, 2위를 다투는 거대제약사 화이자가 미국 정부의 철퇴를 맞고 백기를 들었다.

화이자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와 7억8천500만 달러(약 8천932억 원)를 미국 정부에 배상해주기로 합의했다.

화이자의 자회사 와이어스가 영세민 의료보호제도인 메디케이드에 ‘약값 바가지’를 씌운 혐의로 미국 법무부가 민사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지 7년 만에 법적 분쟁을 접고 바가지 씌운 금액의 3배가량을 ‘징벌적 배상금’으로 내기로 한 것이다.

화이자는 이날 4분기 실적을 1천720만 달러(196억원) 적자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6억1천300만 달러(약 7천억원) 흑자라고 4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나 이번 보상금 지급 때문에 적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법무부의 이번 개가는 앞서 2명의 개인이 ‘부정청구법’(False Claims Act)에 근거해 제약 및 건강 관련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덕도 봤다고 보도했다.

(내부 또는 시민)고발자(whistle-blower) 보상제도인 이 법은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개인이나 기업을 상대로 미국 시민 누구나 소송을 걸 수 있으며, 정부가 이 소송을 도울 수 있고, 중재나 법원 판결에 따른 환수액의 최대 30%까지 고발 소송자에게 포상금을 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의 의사 윌리엄 라코르테는 몇몇 건강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거액의 포상금을 받았다.

그는 과거 거대 제약사 머크가 메디케이드에 위산역류 치료제 펩시드를 납품하면서 과다청구했다고 소송을 낸 바도 있으며, 결국 2008년 머크는 2억5천만 달러(약 2천800억원)를 정부에 보상하는 중재에 합의했다.

또 다른 제약 대기업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전직 판매책임자가 이와 유사한 소송을 제기해 현재 중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앞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승인받지 않은 용도로 특정 약을 마케팅한 혐의로 정부 조사가 진행되자 2012년 무려 30억 달러(3조4천억원)를 보상키로 중재에 합의했다. 이 밖에 존슨앤드존슨, 애보트 등 다른 거대 제약업체들도 유사 사건으로 거액의 보상을 하기로 하고 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

◇ 우리나라엔 유사 법이 없나 =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부정청구법’으로 보건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부패를 막고, 그동안 70조원이 넘는 돈을 환수했다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경우 현행 법령에선 일단 포상 금액 자체가 정액으로 제한돼 있고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예컨대 복지부에 따르면, 병원 등이 요양보험급여 등을 부당청구했을 경우 업무정지 대신에 5배까지 과징금을 매기고 이의 일정 요율을 고발자에게 포상금으로 줄 수 있으나 최대 10억원으로 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4월 국회에 제출한 ‘공공재정 허위·부정청구 등 방지법안’(재정환수법안)은 부정청구한 돈을 환수함은 물론 환수액의 5배까지 제재부과금(징벌적 과징금)을 물릴 수 있고 이 부과금의 5~20%까지 제보자에게 포상금으로 줄 수 있게 돼 있다.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며 19대 국회 만료와 함께 일단 폐기될 이 법안에선 건당 포상액 한도를 30억원으로 확대했다. 현행 부패방지권익법의 상한액은 20억원이며 지금까지 11억원이 최고기록이다.

이와 관련해 검사 출신의 구태언 변호사는 “원전비리, 방위사업 비리 등 천문학적 부정부패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부패를 제대로 적발하고 환수액을 늘리려면 미국 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부패고리 속에 있던 사람도 내부고발을 할 경우 불이익이 없도록 보호하는 제도를 강화하고, 포상액도 미국처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률이 아닌 정액으로는 한정하지 말자는 것이다.

국민권익위 박주미 청렴총괄과장은 “영미법에선 납세자인 시민이 정부를 대행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정부가 동참할 수 있으나 우리 법률은 원고 적격성과 관련한 체계가 달라 동일한 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미국의 경우 정부도 민사소송을 걸고 판결이나 중재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는데 우리는 법률에 정한 행정처분으로 징수할 수 있어 오히려 간명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환수법안은 보조금 등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각종 재정행위에 손해를 끼치는 분야만 다루고 있으며 관급계약 등에 관한 것은 별도 법률에 있고 과징금과 포상금 규모도 작다는 점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미국의 부정청구금지법 = 남북전쟁 중이던 1863년 링컨 대통령 시절 국방비리 등을 막기 위해 제정돼 ‘링컨법’이라고도 한다.

링컨법에선 어떤 사람이나 기업, 단체가 정부에 부정·허위로 손해를 끼치면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소송을 제기하는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납세자인 시민이 정부를 대신해 일종의 ‘대리 환수소송’을 연방지법에 내면, 법무부는 각 주 지방검사와 협력해 60일간(연장 가능) 조사한 뒤 소송에 공동 참여할지를 결정한다.

참여키로 하면 소송은 법무부가 진행하고 소송에 이기면 승소금액의 15~25% 사이의 금액을 최초 소송제기자가 보상받는다.

정부가 참여하지 않아도 개인이 소송을 계속할 수 있고, 이기면 포상비율이 30%까지 높아진다. 다만 최초 소송한 개인이 부정행위에 가담한 사람일 경우 법원이 포상액을 깎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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