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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침체에 울산 동구 빙하기…“자녀 학원 못 보낼 정도로”

조선업 침체에 울산 동구 빙하기…“자녀 학원 못 보낼 정도로”

입력 2016-04-29 10:20
업데이트 2016-04-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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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공구점 직격탄…부동산 가격·인구도 감소

울산 5개 기초단체 중 하나인 동구는 흔히 ‘공화국’으로 불린다.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형성된 자족형 기업도시의 특징을 반영한 말이다. 그동안 울산의 조선업은 호황을 누렸으므로 ‘동구공화국’은 지역민의 자부심과 외부인의 부러움이 반영된 표현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전례 없는 조선업 불황은 지역민에게 더 당혹스럽다.

동구 주민들은 이대로 생활 터전이 붕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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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퇴근길
무거운 퇴근길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움직이는 기업도시인 울산 동구가 조선업 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인구 17만의 사실상 ‘현대중공업 그룹 기업도시’

동구는 울산 도심에서 거리가 먼 데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동쪽 끝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울산대교가 개통되기 전에는 접근성도 떨어져 울산에서도 ‘따로 떨어진 섬’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돌아가는 등 자족형 복합기능을 갖췄다. 인구 17만여명의 지역에 대형 백화점이 운영될 정도다.

현대중공업그룹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두 회사 협력업체 근로자는 7만명가량 된다.

이들 상당수가 동구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들의 가족을 포함하면 동구민의 과반은 조선업과 관련이 있다.

연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주민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업도시인 셈이다.

불과 2∼3년 전까지 조선업은 불황을 모르고 승승장구했고,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동구는 ‘공화국’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작지만 살기 좋은 도시였다.

◇ 자녀 교육비 줄이고, 회식 실종…얼어붙은 지역경제

동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전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대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입시학원을 운영하며 한때 약 40명의 강사를 거느렸지만 2년 전부터 학원생이 급격히 감소해 강사를 하나 둘 떠나보냈다.

지금은 개인교습소 형태의 학원을 운영하며 혼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씨는 29일 “한때 경쟁을 벌이던 대형 학원들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소규모 보습학원이나 개인교습소 형태의 학원만 주로 운영된다”면서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자녀 교육비를 줄이는 것을 보면 어렵기는 어려운 모양”이라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사회 전반에서 잘 나타난다.

우선 조선업체 근로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이들을 직접 상대하는 작업복, 공구, 오토바이 관련 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감 부족에 따른 작업량 감소로 실질적인 임금이 줄어들면서 식당과 주점 매출도 타격이 크다.

근로자들은 회식이나 모임을 자제하고 가끔 모여도 2∼3차까지 자리를 이어가지 않는다.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분식집이나 맥줏집 정도가 드물게 손님을 받을 뿐, 고깃집이나 횟집 등은 종업원 인건비도 뽑기 어려울 정도다.

유흥·단란주점은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9곳과 11곳이 문을 닫았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휴일근무와 특근 등을 폐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불황의 그림자는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수십만원의 임금 감소가 발생하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 동구 주택가격 ‘나 홀로 하락’…인구도 감소

부동산 관련 지표에서도 변화가 있다.

울산시가 지난달 발표한 ‘2월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를 보면 울산 주택가격은 지난해 2월보다 3.3% 상승했으나, 동구만 유일하게 0.3% 하락했다.

지역 표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을 봐도 화정동의 한 아파트(85㎡)는 지난해 12월 3억3천700만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2월에는 2억9천만원까지 떨어졌다. 2개월 만에 4천700만원이 빠진 것이다.

‘2월 전세가격 종합지수’ 역시 울산은 지난해 2월보다 2.2% 상승했으나, 동구만 0.3% 내렸다.

특히 현대중공업 외국인 선주 감독관이나 해양사업부 협력업체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던 방어동 일대 아파트와 원룸도 수요가 없어 거래가 끊겼다.

임대수익 목적으로 아파트·원룸을 소유한 투자자들은 임대는 되지 않고 대출금 이자만 나가다 보니 헐값에 매물을 내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인구도 감소 추세다.

동구 인구는 2014년 3월 17만8천200여 명에서 지난해 3월 17만6천400여 명, 올해 3월 17만5천여 명으로 줄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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