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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삼성 브리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주현진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삼성 브리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주현진 산업부 차장

주현진 기자
주현진 기자
입력 2016-04-28 18:02
업데이트 2016-04-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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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진 산업부 차장
주현진 산업부 차장
삼성그룹에는 지난 1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매주 수요일이면 기자들이 기다리는 브리핑 시간이 있었다.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회의가 끝나면 그룹 홍보팀장이 삼성 서초사옥 기자실에서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하는 자리다. 궁금증을 모두 해소해 주진 못했지만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식적인 소통의 장이었다.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삼성 관련 소식을 놓칠세라 서서 브리핑을 들어야 할 정도로 기자들이 몰렸다.

삼성의 브리핑이 기자들의 필요에 의해 시작된 것만은 아니다. 약 10년 전인 2007년 10월 29일 삼성 임원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가 계기였다.

당시 김 변호사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삼성이 자신 명의로 50억원의 차명 계좌를 만드는 등 회사 임원들 명의를 이용한 계좌로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이는 삼성 특검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듬해인 2008년 4월 이건희 삼성 회장과 장남인 이재용 당시 전무가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고 조세 포탈에 연루된 2조원대 차명 재산은 공익에 쓰기로 하는 등의 쇄신안을 발표했다. ‘삼성 비리’라는 메가톤급 현안이 터지자 당시 홍보팀장이 기자실에 내려와 연타성 폭로에 대한 반박 내지 해명을 한 게 삼성 브리핑의 시발인 것이다. 특검 이전에는 삼성에서 기자들과 공식적으로 만나 브리핑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특검과 재판은 끝났지만 필요할 때만 기자들을 불렀다는 비판이 두려웠는지 삼성의 브리핑은 계속됐다. 2009년 1월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이 당시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전무)으로 승진한 뒤 삼성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브리핑을 정례화했다. 언론들은 “삼성이 이 팀장 취임 뒤 매주 수요일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브리핑과 그룹 현안이 있을 때마다 진행하는 이슈 브리핑을 통해 빠르고 투명한 소통 체제를 확립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브리핑은 삼성이 애로를 호소하는 장으로 자주 활용되기도 했다. 삼성은 이 회장이 퇴임한 지 꼭 1년이 되는 2009년 4월 브리핑에서 “삼성의 고민은 리더십 공백”이라며 이 회장 복귀의 필요성을 환기했다. 이 회장은 이듬해인 2010년 3월 전격 복귀했고, 3개월 뒤 출시한 갤럭시S 시리즈가 대박나면서 삼성은 스마트폰으로 그룹이 도약하는 계기를 맞이했다.

삼성은 지난 1월 말 수요 브리핑이 필요 없다며 없애 버렸다. 내부에서는 지나친 취재 경쟁으로 홍보팀장의 별 뜻 없는 말이 불필요한 기사로 양산되는 부작용이 문제였다고 설명한다. 재계에서 유독 삼성만 브리핑을 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전통처럼 이어 온 브리핑을 변화된 언론 환경이나 특정 인사의 문제를 이유로 없앤다면 그동안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표방해 온 ‘언론 프렌들리’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일이다.

현안이 있는 곳에 브리핑이 있다. 삼성 최대 이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승계가 지난해 9월 통합 삼성물산 출범으로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 치 앞을 누가 내다볼 수 있겠는가. 언론이 지금은 잠잠한 듯 보이지만 삼성을 예의 주시하는 눈은 더 많아지고 있다. 삼성 브리핑을 언제쯤 다시 보게 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jhj@seoul.co.kr
2016-04-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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