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新고립주의 선언한 트럼프…‘무임승차론’으로 동맹압박 노골화

新고립주의 선언한 트럼프…‘무임승차론’으로 동맹압박 노골화

입력 2016-04-28 09:56
업데이트 2016-04-28 09:5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미국 우선주의’ 표방…대북정책 ‘이중제북’(以中制北) 전략

미국 공화당의 대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시 외교정책의 키워드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를 제시했다.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기존 외교정책의 틀을 완전히 다시 짜고 자원도 새롭게 배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핵심은 더이상의 대외 개입을 줄이고 국내로 눈을 돌린다는 새로운 ‘고립주의’(isolationism)에 닿아있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끌어온 현 민주당 정권이 과도하게 국외 분쟁에 발을 담그고 국내의 자원과 인력을 불필요하게 쏟아붓는 바람에 국력이 소모되고 재정이 악화됐다는 비판론에 근거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첫 외교정책구상을 발표한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를 “완벽하고 총제적 재앙”(complete and total disaster)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책 뒤집기’를 공개로 선언했다.

트럼프는 특히 “오바마의 외교는 비전이 없고 목적이 없고 방향도 없고 전략도 없다”며 4무(無)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안보무임승차론’ 공식화…방위비 분담 압박 강화 = 이 같은 외교구상을 토대로 트럼프가 집권시 가장 먼저 ‘칼’을 대겠다고 공언한 대목은 동맹국들과의 방위비 조정 문제다.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보호해주는 ‘대가’를 각 동맹으로부터 확실히 받아내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기존에 독일과 일본, 한국을 거론하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한 것의 연장선이지만 이번에는 특정국가를 거명하지 않은 채 다소 정제된 표현을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발언의 기본취지가 그대로인 데다가, 보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강도가 더 세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트럼프는 “동맹국들은 재정적·정치적·인적비용과 관련해 공정한 비용분담을 해야 한다”며 “동맹국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들 국가가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해야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주장했다.

상황에 따라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핵우산’ 제공을 거둬들일 수도 있다는 엄포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각 동맹과의 방위비 분담협상과정에서 동맹국의 부담을 높이려는 전략적 압박의 의미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특히 집권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담판’을 짓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이들 정상들과 만나 (방위비에 대한) 재정적 분담을 재조정하고 공통의 위협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점이 방위비 분담 조정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트럼프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한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의 동맹국들보다는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나토와의 방위비 조정에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트럼프는 특히 나토의 방위비 분담에 대해 “28개 회원국 가운데 4개국만이 최소 요구조건인 국내총생산(GDP)의 2%만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비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는 동맹관계를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특히 아시아보다는 독일 등 유럽의 동맹국들이 경제력에 비해 적게 비용을 내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구상이 집권시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지는 두고봐야 한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주류’가 추구해온 정책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는데다가, 보수 외교안보 전문가들까지 비판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해보인다.

◇ 북한문제 놓고는 ‘이중제북’(以中制北) = 트럼프식 신 고립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은 중국을 압박해 북한 문제를 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가장 많은 ‘지렛대’를 가진 중국이 나서도록 미국이 가진 경제적 압박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해온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지만, 중국이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사용하게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고 핵능력을 계속 증강하는데도 이를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다”며 “특히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도록 필요한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중국에 대해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지렛대를 활용해 중국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중제북’ 전략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포기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바마 행정부도 집권기간 내내 중국에 북한문제를 ‘아웃소싱’했지만, 결과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

◇ 중동개입 놓고 오바마·힐러리 싸잡아 비판 = 트럼프는 이날 중동정책을 고리로 오바마 대통령과 초대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을 한묶음으로 비난했다. 뚜렷한 청사진 없이 불필요하게 개입을 했다가 도리어 상황만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 사례로 2011년 리비아 침공사례를 들었다. 미국이 유럽의 동맹들과 함께 리비아를 침공해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를 제거했지만 이후에 들어선 민간 정부 역시 국정운영에 실패해 정정이 더욱 불안정해졌다는 지적인 것이다.

그는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초기 대응을 잘못하는 바람에 이슬람 국가(IS)라는 화근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라크와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에 이르기까지 오바마 행정부는 계속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 같은 행동은 점차 혼란을 일으키고 결국 IS가 창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런 경험도 없는 국가에 서구 민주주의를 만들겠다는 것은 위험스런 발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집권 이후 대외 분쟁에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집권시 대안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군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지만, 불필요한 곳에는 결코 우리의 병력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시 IS 격퇴를 위한 장기적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 어김없이 ‘중국 때리기’…“미국 일자리 빼앗아가” = 트럼프는 이날 발표에서도 ‘중국 때리기’를 빼놓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와 부(富)를 빼앗아가고 사이버 공격과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데도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가했다.

트럼프는 “지금 중국은 미국의 경제를 착취하고 있다”며 “중국이 사이버 공격과 산업 스파이를 통해 정부의 기밀을 빼앗아가고 있음에도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그대로 놔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특히 “우리는 중국과 교역에서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를 바로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시정하기 위한 ‘특정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