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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폐손상은 말도 안 되는 주장… 옥시가 독성 몰랐을 리 없다”

“황사 폐손상은 말도 안 되는 주장… 옥시가 독성 몰랐을 리 없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16-04-26 23:02
업데이트 2016-04-2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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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피해 연구’ 임종한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살균제 재료로 쓰이기 전부터 호흡기 위험 알려져 있던 사실… 폐가 황사 노출되는 정도는 미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독성은 이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의 재료로 쓰이기 훨씬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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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한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종한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2012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연구해 온 임종한(55)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PHMG의 위험성을 옥시가 결코 몰랐을 리 없다”며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로 초래된 역대 최악의 소비자 제품 피해”라고 밝혔다.

그는 26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PHMG가 흡입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2001년 이전에 미국에서 이미 동물실험 결과로 밝혀진 바 있다”며 “SK케미칼이 2003년 호주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수출할 때 같이 보냈던 물질안전보건자료에도 PHMG를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2012년 한국환경보건학회에서 실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노출 실태와 건강 영향 조사’ 연구 참여를 시작으로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 입증에 노력해 왔다. 이달 15일에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요청을 받고 독성·임상·역학 등의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전체회의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폐 손상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결론을 재차 확인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만 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과 ‘화학물질의 반복적인 흡입에 따른 과민성 폐렴’은 그 증상이 비슷합니다. 그러나 과민성 폐렴은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면 그다음 날로 좋아지며 치료 없이 저절로 낫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은 항생제도, 스테로이드도 소용없습니다. 폐 이식이 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입니다.”

지난해 말 옥시는 피해자들의 폐 손상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 아니라 황사나 꽃가루 등의 다른 요인 때문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임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동물실험을 했을 때 똑같은 농도로 PHMG와 황사를 주입하면 같은 정도의 폐 손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폐가 황사에 노출되는 정도는 굉장히 미미합니다. 황사로 인해 이번 피해자들 정도로 폐가 망가지려면 8시간 이상 꽉 막힌 밀폐 공간에서 엄청나게 많은 독성 물질에 장시간 노출돼야 합니다.”

임 교수는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피해자는 사망 140명을 포함해 1528명이지만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사람이 30만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PHMG에 고농도로 노출된 피해자들 외에 저농도로 장기간 노출된 사람들도 큰 문제입니다. PHMG로 인한 염증이 혈액을 따라 몸 안에 침투해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발암성 유무도 규명해야 할 과제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6-04-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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