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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독성 정보 고의로 무시…옥시에 살인죄 적용해야

환경단체 “독성 정보 고의로 무시…옥시에 살인죄 적용해야

입력 2016-04-22 14:51
업데이트 2016-04-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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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호 방관한 정부에도 책임 물어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온 환경단체와 학자들이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2일 오전 서울 혜화동 서울대 의대 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독성 정보가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원료 개발업체인 SK케미칼에서 받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이후에도 계속 제품 판매를 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살균제 원료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는 질병관리본부가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한 물질로, 1994년 SK케미칼이 개발했다. SK케미칼은 PHMG의 흡입에 대한 경고를 담은 MSDS를 옥시에 줬다고 밝혔으나, 옥시는 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옥시는 심지어 사용자의 피해 호소가 잇따른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미 확보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제품을 판매해 사람들이 죽는 결과를 방지할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이는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어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만약 SK케미칼이 MSDS를 옥시에 넘기지 않았거나, 호흡독성 부분을 부실하게 작성했다면 SK케미칼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유럽 기업인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의 안정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할 의무를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도 살인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살생물제품의 안정성 증명 책임을 제조회사가 진다. 정부는 제조회사가 안전성을 입증한 경우에만 시장 출시를 허가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약사법 등에서 규정하는 관리대상 제품만 사전 허가를 받는다. 가습기살균제는 판매된지 10년이 지난 2011년에야 관리대상 제품으로 지정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옥시는 유럽에서 영업하며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한국 시장에서는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연구하고 파헤쳐온 전문가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옥시는 물론 정부에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2011년 질본 자료에 따르면 옥시 등 제품의 PHMG 농도는 먹는 수돗물 잔류 염소 기준 4ppm보다 1천배 이상 높다”면서 “ 이처럼 높은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이 어떻게 환경부 유해성 심사에서 걸러지지 않고 판매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옥시는) 사용자의 건강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미생물을 완벽하게 제거하려고 높은 농도의 살균제(PHMG)를 제품에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유해성 심사에 어떠한 잘못도 없었다고 강변하고, 피해자 보호 문제는 당사자끼리 민사 소송으로 해결하라며 방관해왔다”며 “국가의 책임을 엄격히 따져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옥시는 사용농도 재현 실험의 평균값과 저농도에서 이뤄진 동물실험의 의미없는 결과 중 일부만을 제시하며 문제의 규명이 아니라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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