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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이슈로 불붙은 ‘화장실 논란’

美 대선 이슈로 불붙은 ‘화장실 논란’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04-22 14:07
업데이트 2016-04-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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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주, 트랜스젠더 화장실 선택 강제 법안 제정

 미국에서는 지금 ‘화장실 전쟁’이 불붙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성전환자의 공중 화장실 이용과 관련해 태어날 때 출생증명서에 기록된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팻 매크로리 (공화)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지난 1일부터 시행 중인 법안은 주내 모든 자치단체의 성 소수자 차별금지 조례 제정을 금지하고 인종·성차별과 관련한 소송도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미국에서 최소 13개 주가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이와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권단체와 대기업, 스포츠 단체, 유명 스타들이 항의 시위에 나서면서 ‘화장실 전쟁’으로 격화됐다.

 이들은 이 법안이 대표적인 성 소수자 인권 차별법이라며 ‘노스캐롤라이나 보이콧’ 캠페인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지난 10일로 예정됐던 노스캐롤라이나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비틀스의 멤버 링고스타도 오는 6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기로 한 콘서트를 철회했다.

 ‘그런지 록’의 전설 펄 잼도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성 소수자 차별 반대 금지법에 항의하는 뜻으로 손으로 쓴 성명서를 공개하며 노스캐롤라이나 공연을 취소했다.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은 360만 달러(약 41억 원) 상당의 노스캐롤라이나 투자 계획을 철회했고 도이체방크도 시설 투자 계획을 거둬들였다.

미국 동북부 코네티컷 주의 무당파 의원들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 본부를 둔 미국 두 번째 규모의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이전 권유 서한을 발송했다.

 공화·민주당 상원의원 6명이 프로농구(NBA) 아담 실버 커미셔너 앞으로 공동 서한을 보내 내년 2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릴 예정인 NBA 올스타전 개최지 변경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실버 커미셔너는 21일(현지시간) “올스타전 개최지 확정에 시한을 설정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비상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압박했다.

 성 소수자 차별법을 시행하는 노스캐롤라이나와 미시시피 주에 공무원의 출장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린 주 정부·시 정부 수도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 출장 금지 지역으로 2개 주를 모두 못 박은 주는 코네티컷, 미네소타, 뉴욕, 버몬트, 워싱턴 등 5개 주다.

 특별행정구역인 워싱턴 D.C와 신시내티, 호놀룰루,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솔트레이크시티 등 16개 도시가 보조를 맞췄다.

 정치권에도 ‘화장실 전쟁’의 불똥이 옮겨붙고 있다.

 공화당 경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21일 NBC방송이 주관한 타운홀 미팅 인터뷰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성 소수자 차별반대 금지법을 놓고 “문제가 많다.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성전환자들만을 위한 새로운 화장실들을 만들자는 큰 움직임이 있다”며 “그러나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차별적이다. 그냥 원래대로 놔두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선 2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는 이제 성인 남자가 어린 소녀들의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라는 요구에 가세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좌파의 어젠다에 굴복했다”면서 “이는 미국인에게 공적 삶에서 신을 떠나게 하고 잘못된 관용에 립서비스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의 제4연방고등법원은 트랜스젠더 고교생 개빈 그림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그림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그림의 남성 화장실 사용을 금지한 학교 측의 방침이 연방 기금을 받는 학교에서는 성차별할 수 없도록 한 연방법 ‘타이틀 Ⅸ’을 위반했다며 1심 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 남쪽에 있는 고등학교 과정의 산티교육센터는 16일부터 성전환자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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