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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 감정평가 3법, 평가업계 역량 강화에 방점 찍어야/이용훈 감정평가기준위원회 위원·대화감정평가법인 이사

[In&Out] 감정평가 3법, 평가업계 역량 강화에 방점 찍어야/이용훈 감정평가기준위원회 위원·대화감정평가법인 이사

입력 2016-04-21 23:26
업데이트 2016-04-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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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기준위원회 위원·대화감정평가법인 이사
이용훈 감정평가기준위원회 위원·대화감정평가법인 이사
2016년 9월 1일은 감정평가 업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디데이일 수 있다. 다름 아닌 지난해 말 통과된 감정평가 3법의 시행일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작업에 한창이고, 이해 당사자인 한국감정평가협회와 한국감정원은 이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거나 제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하위 법령은 모법을 구체화한다. 위임 한계 내에서 제정되겠지만 이해 당사자의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이 이곳에 고스란히 자리를 잡기에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감정평가 업계는 요 몇 년 큰 부침을 겪었다. 일단 업무 영역에 대한 다툼이 지속됐다. 감정평가 업계의 관리감독권에 대한 문제가 업무조정과 맞물려 상당한 내홍을 빚은 것이다. 업태 간 갈등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표출된 적이 없었다. 타 전문직과 달리 특정한 개인이나 회사로 의뢰되지 않은, 협회로 의뢰된 공통물건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협회로 의뢰된 물건은 자체적으로 배분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공평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업계 내 상존하는 업태 간 진입 장벽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어떻게 보면 업계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외연 확장이 더디면서 언젠가는 불거질 일이긴 했다.

감정평가 업계의 신뢰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 언론에도 노출된 크고 작은 ‘감정평가 사고들’은 내부 경쟁 격화에 따른 결과물일 수도 있으나 침소봉대된 측면도 강하다. 특정 이해 당사자를 일방적으로 대변했거나 전문자격자의 비윤리적 행태가 결합된 ‘도덕적 해이’라면 곪은 부분을 도려내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상반된 입장의 이해 당사자가 개입된 경우 어느 누군가의 재산을 평가한 결과물에는 ‘환영’과 ‘비난’이 동시에 쏟아진다. 이럴 때 제기되는 불공정한 평가에 대한 불만은 ‘사심’이 가득 담긴 항의에 불과하다. 평가 과정에서 문제를 찾을 수 없다면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한 상시 민원이라고 봐야 한다. 언론에 기사화됐지만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정상적인 감정평가로 드러날 때가 태반이다.

감정평가 업계는 25세를 넘어 30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인간의 전유물이었던 바둑계에서 인공지능 ‘알파고’의 파괴력을 제대로 경험하지 않았나. 자연스럽게 감정평가사도 이런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과연 10년, 20년이 지나면 인공지능이 감정평가 업무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공공에서 쏟아내는 무수한 ‘빅데이터’는 부동산 가격 정보를 지도에 입히고 있다. 통계 전문가는 수작업으로 수행되는 감정평가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공언한다. 이런 분위기에 극히 일부 평가업자의 ‘부도덕함’ 또는 ‘비전문성’이 끼어들어가 감정평가 무용론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우리가 원하는 게 ‘개략적’인 가치인지, 아니면 ‘정확한’ 가치인지에 따라 감정평가 업무의 생산성과 효용성을 두둔할 수 있다. ‘자산’을 놓고 이해 당사자 간 중재가 필요한 경우 알고리즘과 로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작업에 의한 미세 조정만이 외길이다. 부동산의 가치 또는 무형자산의 가치는 정량적인 분석만으로 도출할 수 없다. 정성적인 분석만큼은 사람의 손을 타야 한다.

투자의 타당성을 대할 때 비용과 수익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상식이다. 왜 선진국에서 감정평가제도를 운용하고 이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자격자를 양산하고 있겠는가. 그들에게 지급하는 보수를 그들로 인해 사회가 누리는 편익으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평가 업계의 활성화는 곧 이 나라 경제활동이 그만큼 왕성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시행 예정인 감정평가 3법에는 업계를 선진화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관리감독 조항이 들어가 있다. 반면 업무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활로 개척 부분은 미미하다. 후속 입법이 업계 활성화, 더 나아가 감정평가 업계의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2016-04-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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