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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美에 ‘5공헌법 수호 지지’ 요청했다 거절당해

전두환, 美에 ‘5공헌법 수호 지지’ 요청했다 거절당해

입력 2016-04-17 14:04
업데이트 2016-04-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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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정상회담 발표문에 포함 요구…美 “국내정치 간섭될라” 난색

1985년 5공화국 헌법에 대한 개헌 요구가 거세지자 당시 전두환 정부는 ‘호헌’(護憲)에 대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공개 지지 표명을 미국측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외교부가 17일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한국은 1985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 후 이뤄질 언론 발표 과정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호헌’ 지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했지만, 미국은 끝까지 난색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1985년 4월 24∼29일 미국 방문은 같은 해 ‘2·12 총선’에서 신생 신한민주당(신민당)이 제1야당으로 급부상한 직후 이뤄졌다. 신민당의 돌풍을 계기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4월 초 한국과 미국 정상간 언론발표문(press remarks) 교섭에 들어간 우리 정부는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발표할 문안에 전두환 한국 대통령의 ‘헌정수호 결의’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

전 전 대통령은 4월 12일 주한 미국대사와의 오찬에서 직접 ‘헌법 수호를 통한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에 대해 레이건 대통령이 확고하게 지지하는 성명을 해 주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은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양측은 헌정수호 관련 문안을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정상회담 직전까지 합의를 보지 못한 채 ‘핑퐁게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4월 25일 저녁 미국 현지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동에서도 줄다리기는 계속됐다.

이원경 당시 외무장관은 전 전 대통령이 헌정질서 유지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거듭 지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폴 월포위츠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배석)는 “한국 내에서 헌법 개정 문제가 정치문제화 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미국이 이 문제를 언급하면 한국의 국내정치에 간섭한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최종 발표문은 레이건 대통령이 헌법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한국의 정치 발전을 위한 제반 조치를 지지하고,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하겠다는 평화적 정권교체 공약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차 강조”하는 선에서 타결됐다.

문서에 나타난 당시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을 보면 미국은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자국 내의 비판 여론을 민감하게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언론발표문 타결 후 월포위츠 차관보는 “레이건 행정부의 대한 정책에 대한 언론의 화살을 사전 방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국내 정치 문제는 이 시기 한미 간 논의에서 단골 주제로 거론됐다.

노신영 당시 국무총리가 같은 해 10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상황에서 이뤄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간담회에서 에드워드 페이건 의원은 인권 상황 개선 전망, 언론 자유와 김대중의 정치활동 재개 전망 등을 따졌다.

이에 노신영 전 총리는 “김치와 콩나물국을 먹는 한국인에게 매일 치즈와 버터, 우유를 먹도록 강요한다면 소화를 시킬 수 없다”고 비유하며 “미국의 수준에 따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이런 과정은 서서히, 꾸준히 이룩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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