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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채’로 아이들 때려…음악 유치원 아동학대 ‘CCTV’ 충격

‘장구채’로 아이들 때려…음악 유치원 아동학대 ‘CCTV’ 충격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4-17 15:23
업데이트 2016-04-1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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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원생 58명 50∼90회 학대…잘한다 소문나야 이듬해 원생 모집 수월

원장 강압에 내몰린 어린 교사들 형사처벌에 취업도 제한…유치원은 정상 운영

장구를 치던 7살 수정이(가명)는 순간 동작을 멈췄다. 또 박자를 놓쳐서다. 선생님 눈치를 봤다.

눈을 매섭게 뜬 선생님이 수정이에게로 다가온다. 선생님은 이내 수정이의 장구를 낚아채 멀리 던져버렸다. 수정이를 윽박지르고 장구채로 몸을 꾹꾹 찔렀다.

아동학대 발생 유치원. 자료사진.
아동학대 발생 유치원. 자료사진.
이런 소동에도 친구들은 개의치 않고 다른 선생님들의 동작을 따라 하기에 바쁘다. 아이들이 음악제 연습을 하는 강당 곳곳에 감시를 하듯 팔짱을 끼고 입을 굳게 다문 선생님들이 서 있다.

청주의 A 유치원은 음악교육이 특화된 곳으로 지역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매년 12월에 여는 음악제에서 5∼7세 아이들은 자로 잰듯한 칼군무를 선보여 탄성을 자아냈다.

이는 곧 소문을 타 이듬해 원생 수가 늘어나는 데 큰 몫을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사연이 숨어 있었다.

지난해 11월 A 유치원에 다니는 7살짜리 딸아이로부터 다른 친구가 선생님에게 맞았다는 얘기를 들은 주부 B씨는 다음 날 유치원을 찾았다.

며칠 전 딸 아이가 유치원 버스 안에서 갑작스레 오줌을 싼 일이 있어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였다.

그런데 유치원 측의 반응이 수상했다. CCTV를 보여달라는 B씨의 요구를 거부하며 끝까지 버티는 것이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음을 알아챈 B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확보한 유치원 강당 내 CCTV에는 교사들의 가혹행위가 낱낱이 담겨 있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동작을 잘 따라 하지 못한다고 공연 도구로 때리거나 몸을 세게 밀쳐 넘어트렸다.

한 아이는 너무 세게 밀쳐진 나머지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찧기까지 했다.

두 아이의 머리를 강제로 부딪치게 하거나 줄지어 서 있는 아이들을 연달아 밀쳐 넘어트리기도 했다. 심지어 연습 중에는 아이들을 화장실에도 못 가게 했다.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7세반 담임교사 황모(26·여)씨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19일까지 2주 간 음악제 연습을 하면서 원생 43명을 상대로 90회의 학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7세반 담임교사 김모(24·여)씨는 31명에게 50회, 이모(23·여)씨는 27명에게 51회에 걸쳐 때리거나 밀치는 등의 정서적 학대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6세반 교사 2명과 5세반 교사 1명도 횟수는 1∼2회로 적었지만 아이들에게 정서적 학대를 저질렀다.

관리·감독을 책임진 원장 강모(39·여)씨는 원내 학대 행위를 막기는커녕 더 어려운 동작을 요구하는 등 교사들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들의 협동심을 길러준다며 그럴싸하게 포장된 음악제는 철저하게 다음 해 원생 모집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이용됐던 셈이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김갑석 부장판사는 17일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7세반 담임교사 3명에게 징역 8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교사 3명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400만원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원장 강씨에게는 벌금 1500만원이 선고됐다.

음악제를 잘 치러야 한다는 유치원 측의 압박에 못 이겨 잘못을 저질렀다고 시인한 20대 초중반의 어린 여교사들은 형사 처벌과 별개로 이 형이 확정되면 향후 10년간 교사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학대 피해를 본 57명의 아이 중 일부는 전문기관로부터 예술·상담치료를 받았다. 학대 정도가 가장 심했던 7세반 아이들은 다행히 아무런 문제 없이 초등학교 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달리 교육부 산하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인 유치원에서 이런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유치원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 운영자의 잘못된 교육관에 있다”며 “아이들은 정서적 피해를, 어린 교사들은 형사처벌과 취업 제한을 받게 됐지만 해당 유치원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정상 운영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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