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6시간 걸리는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90분에 돌파
동남아 지역 철도 시장을 놓고 혈투를 벌이는 중국과 일본이 구체적인 건설 계획도 나오지 않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간 고속철도 수주를 위해 벌써부터 경쟁에 나섰다.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중국과 일본 정부 관리들이 최근 민간 철도 관련 업체 대표들을 이끌고 말레이시아 정부와 산하기관들에 대한 로비에 착수했다고 12일 보도했다.
중국은 지도부까지 동원해 한층 강력한 로비를 펴고 있다.
말레이시아 관리들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부동산과 인프라 개발에 대한 투자 등을 약속하면서 중국이 고속철도 사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350㎞ 구간의 고속철도가 연결되면 일반 열차로 6시간 이상 걸리는 두 도시 간의 여행 시간이 90분으로 단축된다.
대부분 구간은 말레이시아 쪽의 지상 구간이며 싱가포르 쪽에서는 해저 터널도 건설된다. 공사비는 대략 100억 달러(약 11조 5000억원)∼150억 달러(약 17조 2000억원)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나오지 않은 단계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예산 문제로 지난해 이 프로젝트 추진을 잠정 중단했다가 올해 들어서야 컨설팅 담당자를 임명하면서 프로젝트를 재가동했다. 본격적인 입찰은 앞으로 1년 뒤에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중국과 일본은 프로젝트를 선점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가 또 다른 경쟁자인 독일 지멘스, 스페인의 탈고 등을 긴장시키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 집권 시절 말레이시아는 일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경제개발 등 과정에서 일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 나집 총리 집권 후에는 중국 업체들이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본을 압도했다.
더욱이 중국 측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설비용과 손쉬운 자금조달 방법 등을 무기로 공사비의 대부분을 감당해야 하는 말레이시아 정부를 공략하고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사업 등을 따낸 중국은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사업까지 따낼 경우 동남아 고속철 시장에서 일본을 따돌리고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