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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피싱인줄 알고”…아들 경찰 전화 회피, 어머니 애간장

“보이스 피싱인줄 알고”…아들 경찰 전화 회피, 어머니 애간장

입력 2016-04-11 17:27
업데이트 2016-04-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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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납치했다는 보이스 피싱 사기단의 협박 전화에 속아 돈을 송금하려던 어머니를 농협 직원과 경찰이 발견해 제지했지만, 정작 사기를 입증해줄 아들이 경찰의 전화를 보이스 피싱으로 여겨 끊는 바람에 어머니를 애태우게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 바람에 아들의 신변 안전을 제때 확인하지 못한 어머니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10여분 넘게 불안 증세를 보여 경찰의 애를 태웠다.

지난 7일 오전 11시 30분께 충북 영동농협에 근무하는 A(42·여)씨는 예금을 인출하러온 B(63·여)씨의 자연스럽지 못한 표정과 행동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얼굴이 잔뜩 상기되고, 손까지 미세하게 떠는 모습이 무엇엔가 쫓기는 모습이었다.

예금 잔액 1천600만원을 한꺼번에 모두 인출하려는 것도 수상했다.

그녀는 B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걸었지만 B씨는 “급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차를 건네면서 다시 말을 붙이자 “내가 맡긴 돈을 찾는데, 왜 이리 더디냐”고 화까지 냈다.

보이스 피싱을 확신한 그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영동경찰서 경찰관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이 도착한 뒤에도 B씨는 “시간이 없다. 빨리 돈을 내달라”고 다그치면서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오랜 설득 끝에 경찰은 B씨한테서 “아들이 사채 빚을 갚지 않아 붙잡아놨는데,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아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걱정에 B씨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꼼짝없이 속은 것이다.

경찰은 B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아들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번엔 아들 쪽이 문제였다.

“어머니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볼 뻔했다”는 경찰관의 말을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한 아들이 전화를 몇 차례 끊더니 아예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이 보호하고 있던 어머니 B씨의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내고 나서야 가까스로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기운을 차리지 못한채 아들 걱정을 하던 B씨도 한걸음에 달려온 아들의 모습을 보고서야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A씨의 기지가 사기 피해는 막았지만, 보이스 피싱이 판치면서 경찰조차 의심받는 세상이 됐다”고 탄식했다.

영동경찰서는 범죄를 예방한 A씨를 찾아가 감사장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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