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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각축장으로 변모한 아프리카 소국 지부티

강대국의 각축장으로 변모한 아프리카 소국 지부티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04-11 17:43
업데이트 2016-04-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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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이점 놓고 미국, 중국, 일본 투자경쟁

 ‘홍해의 두바이, ’인도양의 싱가포르‘ 등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북동부 소국 지부티가 강대국 간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보도했다.

 남한 면적의 4분의 1 정도(2만 3200㎢)에 인구가 87만 5000여명에 불과한 지부티는 지난 몇 년 동안 미국과 프랑스,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해 군기지, 항만, 공항, 철도 등을 건설하고 있다.

 독일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까지 해적 격퇴 병력을 주둔시키고 전초 기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부티는 애초 19세기 프랑스가 영국 점령지인 예멘의 아덴에 대응하기 위한 군 기지로 육성됐다. 지부티와 아덴은 바브 엘만디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불과 32㎞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지부티는 1977년 독립했지만 여전히 외인부대를 중심으로 1500명 규모인 프랑스군의 보호를 받는 상태다.

 그러나 현재 지부티에 최대 군 기지를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을 빼놓고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지부티에 미국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1년 9·11 사태 직후부터다.

 지부티의 캠프 르모니에는 4500여 명의 미군과 민간 계약자들이 근무 중이다. 소말리아와 예멘, 수단 등을 작전권으로 하는 이 기지는 외인부대 철수 뒤 사실상 방치되어 오다 9·11 사태 직후 이슬람 과격주의 무장세력과 해적 소탕 작전 등에 집중하려고 지부티 정부로부터 10년 임대해 사용해왔다.

미국은 이 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6000만 달러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해오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5월 이곳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부티의 전략적·군사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 관계 발전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양국은 최근 다시 10년 기한의 사용 연장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도 지부티 내 군사기지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모두 5억 9000만 달러(6770억 원)를 투입해 지부티에 항만 사용권을 확보하고 2월부터 건설 공사에 들어갔다. 지부티 정부에 임대료만 연간 20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중국 초상국(招商局) 국제유한공사가 지원하는 이 공사는 모두 124억 달러(14조 2200억 원)가 투입되는 지부티 항만시설 개선 프로젝트의 하나로 실시된다.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인 지부티 기지와 관련해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 시설은 중국군이 아덴만과 소말리아 해역에서 호송, 평화유지, 인도주의 구호 등 임무를 수행하는 데 보급 정비기지로 쓰일 것”이라며 “현재 관련 시설의 기반공사가 이미 시작돼 일부 파견인력이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국방부는 2008년 이래 21차례에 걸쳐 60여 척의 함정을 아덴만, 소말리아 해역에 보내 항해안전 수호 임무를 수행해오는 과정에서 부대들이 정비, 식량 및 연료 보급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군사기지 건설은 국제 평화유지 활동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은 남수단에 700여 명 규모의 병력을 배치, 남수단 내 중국이 투자한 원유 시설을 지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부티 기지 건설도 궁극적으로는 연간 2000억 달러(230조 원) 규모에 이르는 아프리카와의 교역을 지키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증대, 인도양으로의 접근권 확대 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도 아덴만 등에서 출몰하는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한 국제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2011년 7월 지부티에 해상자위대 소속 600명의 병력을 배치해 국제공항 인근의 기지를 운용 중이다.

 이에 앞서 일본은 2009년부터 소수의 전문 인력을 르모니에 미군 기지에 배치해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이 기지 운영을 통해 일본은 매년 30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하는 셈이라고 자위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로블레 자마 알리 지부티 항만자유지역공사 대표는 “내세울 것이라고는 지역적 이점밖에 없는 지부티로서는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홍해 입구의 두바이나 아니면 인도양 상의 싱가포르로 자리매김하길 원한다”며 강대국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가장 큰 해외투자국은 중국으로 항만 공사의 경우 지부티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2014년 지부티의 GDP는 16억 달러에 불과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프리카개발은행이 지부티의 공공부채가 GDP의 60.5%나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도 일야스 무사 다와레 지부티 재무장관은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얻는 것은 다른 어느 장기 협력국의 그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중국 투자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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