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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 묵향 그윽한 도시 사군자가 피었네

‘春’ 묵향 그윽한 도시 사군자가 피었네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4-10 17:42
업데이트 2016-04-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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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미술관 ‘사군자, 다시 피우다’展… 조선시대부터 근현대 작가 32명 77개 작품 전시

도시의 거리에만 꽃이 핀 게 아니다. 서울 강남의 빌딩 숲에 자리한 미술관에도 매(梅), 난(蘭), 국(菊), 죽(竹)이 진한 묵향을 뿜어내고 있다. 화선지에 담긴 사군자(四君子)가 서울 강남 포스코미술관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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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을 이용해 전시를 관람하러 온 직장인들이 수운 유덕장의 ‘묵죽도6곡병’ 앞에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전시를 관람하러 온 직장인들이 수운 유덕장의 ‘묵죽도6곡병’ 앞에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군자, 다시 피우다’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는 조선 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작가 32명의 작품 77점이 선보이고 있다. 포스코미술관이 2012년 ‘겸재부터 혜원까지-천재화인열전’을 시작으로 ‘매화, 피어 천하가 봄이로다’, ‘글자, 그림이 되다’에 이어 준비한 ‘미술로 보는 인문학 시리즈’ 네 번째 전시다.

사군자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 흰 눈이 내릴 때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 그윽한 곳에서 알아주는 이 없어도 향을 품는 난초, 찬 서리 내리는 차가운 시절에 꿋꿋이 피어나는 국화, 어떤 상황에서도 곧은 줄기와 푸름을 유지하는 대나무를 이른다.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자 문화권인 한·중·일 3국에서는 이들이 지닌 상징성과 좋은 의미를 따르려는 마음으로 각 식물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읊은 시문(詩文), 그림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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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전 장우성의 ‘야매(夜梅)’.
월전 장우성의 ‘야매(夜梅)’.
전시는 크게 3개 파트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꿈꾸던 이상적 인간인 군자의 모습을 닮은 문인화가들의 시서화가 소개된다. 강진에서 귀양살이 중인 다산 정약용이 시집 가는 딸을 위해 아내가 보내준 낡은 치마폭에 그린 ‘매화병제도’(梅花屛題圖)와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시절 아들에게 그려 보여준 ‘난초 그리는 법’(시우란·示佑蘭)은 옛 선비들에게 사군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난초를 그릴 때는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잎 하나, 꽃술 하나라도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없게 된 뒤에야 남에게 보여줄 만하다. 열 개의 눈이 보고 열 개의 손이 지적하는 것과 같으니 마음은 두렵도다. 이 작은 기예도 반드시 생각을 진실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비로소 붓을 대는 종지를 얻게 될 것이다.’(추사 김정희)

탄은 이정의 묵죽도(墨竹圖), 사계절의 다양한 대나무를 담은 수운 유덕장의 묵죽도6곡병(墨竹圖六曲屛)과 표암 강세황의 사군자도, ‘야일(野逸)하다’는 표현을 듣는 석파 이하응의 묵란도와 유려한 민영익의 석란도, 현대 추상화 못지않은 우봉 조희룡의 홍매도, 수월당 임희지의 난죽도 등 조선 시대 사군자화를 대표하는 회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회화뿐 아니라 매화도가 그려진 백자명기, 사군자가 담긴 백자청화연적 등이 함께 선보인다.

2부에선 ‘저항정신의 표상’으로 그린 매난국죽이 펼쳐진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지키려 했던 지조와 절개의 의지를 표현했던 석촌 윤용구(1853~1939)의 사군자 10폭 병풍, 항일운동가 일주 김진우(1883~1950)의 묵죽 불유분용도 등이 소개된다.

마지막 3부 ‘사군자, 다시 피우다’에선 현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조선 시대 선비 화가들의 전유물이던 사군자가 현대에 이르러 법고창신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휘영청 밝은 달을 배경으로 활짝 핀 매화를 그린 월전 장우성(1912~2005)의 ‘야매’(夜梅), 청전 이상범(1897∼1972)의 10군자 병풍, 남천 송수남(1939~2013)의 매화 등이 소개된다. 철과 폴리우레탄을 소재로 한 조환의 철판 사군자, 문봉선의 사군자와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영상작업 ‘신묵죽도’도 첫선을 보이고 있다. 전시는 5월 25일까지. (02)3457-1665.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6-04-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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