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의전·현장경영 등 주요 그룹 40일간 9차례 방문
정부 역점사업 챙기는 모양새… 일각선 ‘보여주기 행보’ 비판도“회장님 오신다고 합니다.”
지난 5일 오전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충남센터를 지원하는 한화의 김승연 회장이 이날 오후 예정된 스타트업 성과보고 행사에 참석한다고 한화 측이 알려오면서부터다. 실제 한식(寒食)날을 맞아 충남 공주 정안의 선산을 찾은 김 회장은 서울로 가는 길에 센터를 방문해 20여분간 행사를 지켜봤다. 충남센터 직원은 “2~3일 전에 (김 회장이) 올 수도 있다는 언질을 받긴 했지만 확정된 건 당일 오전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황창규 KT 회장은 2주 만에 또다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았다.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2월 25일 최태원 SK 회장의 대전센터 방문을 시작으로 김승연 회장의 깜짝 방문까지 총수들의 혁신센터 방문 목적을 살펴보면 대통령 의전이 가장 많았다. 최태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황창규 회장은 해당 기업이 지원하는 혁신센터에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센터를 찾은 경우다.
‘현장경영’ 행보 차원의 방문도 많다. 지난달 2일 허창수 GS 회장은 올해 첫 현장 경영지로 여수의 전남센터를 찾았다. 현장 중시 경영을 선언한 박정원 두산 회장도 취임 후 처음 방문한 곳이 창원의 경남센터다. 경남센터는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이 지난달 마지막 현장경영 장소로 찾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김승연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혁신센터와 인연이 깊다. 김 회장은 2014년 법원 판결 이후 외부 행사 참석을 자제하다가 1년여 만인 지난해 5월 충남센터 출범식 때 모습을 드러냈다. 최 회장도 지난해 사면된 뒤 처음 방문한 곳이 대전센터다. 이런 이유로 해당 기업에선 “회장을 만나려면 센터를 가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총수 방문은 현 정부 역점 사업에 기업이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고 지역 중소기업을 챙긴다는 명분도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선 재계가 혁신센터를 ‘선전용’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보여 주기식 행보’보다는 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4-07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