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ELS 손실 물어내라”… 국내 첫 증권집단소송 열린다

“ELS 손실 물어내라”… 국내 첫 증권집단소송 열린다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6-04-06 23:08
업데이트 2016-04-07 00:1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한명 승소하면 피해자 전원 구제

대법, 제도도입 11년 만에 허용 “시세 조종에 손해” 곧 본안 재판

한 사람이 승소하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도 모두 구제되는 증권집단소송이 제도 도입 11년 만에 처음으로 본안 재판에 들어간다. 소송 허가를 받는 데만 수년이 걸려 무용지물로 전락한 집단소송이 활성화돼 투자자 보호 취지를 되살릴지 주목된다.

6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양모(61)씨 등 2명이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낸 증권집단소송 허가신청 재항고심에서 소송을 허가한 원심 결정을 최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가 조만간 1심 심리를 진행한다.

집단소송은 대표자가 소송을 제기하고 판결의 효력은 집단이 공유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선 2005년 증권 분야에 한해 도입됐다. 증권거래 과정에서 5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면 대표자가 소송을 수행하고 승소 시 나머지 피해자도 모두 구제된다.

하지만 남용을 막기 위해 소송 요건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어 활성화되지 못했다. 2010년 진성티이씨를 상대로 제기된 집단소송이 처음으로 허가 결정을 받았지만 화해가 이뤄져 본안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결정문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양씨 등 437명은 2008년 4월 한화증권(현 한화투자증권)이 판매한 ‘한화스마트 10호 ELS’에 68억 7660억원을 투자했으나 25%가량 손실을 입고 51억여원만 돌려받았다. 양씨 등은 한화증권과 델타헤지 계약을 맺은 RBC의 주식 대량 매도 및 고의 시세 조종으로 손해를 봤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델타헤지는 증권사가 ELS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되돌려 주기 위해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시세 조종이 없었다면 83억원을 돌려받았을 텐데 32억원을 손해 봤다는 게 양씨 등의 주장이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수익률 조작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시세 조종 후에 투자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투자 후에 시세 조종 행위가 발생했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하다”며 집단소송을 불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투자가 이뤄진 뒤 조건 성취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했다면 부정한 행위로 봐야 한다”며 지난해 4월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고법이 집단소송을 허가하자 RBC가 다시 항고하는 등 본안 재판이 성사되기까지 6년이나 걸렸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한누리 송성현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집단소송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로펌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소송 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담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화해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끝까지 법정 다툼을 벌여 이기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투자자(435명)도 모두 구제받는다. 물론 소송에서 제외되기를 원하는 투자자는 예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법원의 판례가 점차 축적되면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며 “투자자도 자신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6-04-07 19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